십자가 작품으로 부활한 ‘언더우드 느티나무’

1908년 가져와서 심은 두 그루 중 양평동교회서 자라다 고사한 나무 말씀 담긴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

류영모 한소망교회 목사(오른쪽)가 16일 경기도 파주 교회 로비에서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의 느티나무로 제작한 십자가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파주=강민석 선임기자

한국에 처음 복음을 전한 장로교 선교사 호러스 G 언더우드(1859~1916)의 느티나무가 죽음을 넘어 십자가와 성찬 강대상으로 부활했다.

16일 경기도 파주 한소망교회(류영모 목사) 로비. 은은한 나무 향을 풍기는 노란 성찬용 강대상과 십자가, 성경 속 오병이어와 골고다 언덕을 상징한 작품들이 일렬로 전시돼 있었다. 류영모 목사가 코르크 마개처럼 생긴 나뭇조각 수백 개를 모아 제작한 십자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손가락 굵기의 잔가지 하나도 버릴 수 없어서 전부 모아 이렇게 만들었어요. 언더우드 선교사는 19세기 암흑과도 같았던 한국에 첫발을 내디디며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한다’고 개탄했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믿음을 붙잡아 달라고 주님께 간구하며 기도했죠. 언더우드의 그 마음을 간직하고 전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1885년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된 언더우드는 1908년 미국에서 제3차 안식년을 보내고 돌아오며 둥근잎느티나무 두 그루를 가져온다. 한 그루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입구에, 또 한 그루는 당시 양평리 예배당으로 불렸던 지금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교회에 심었다.


양평동교회 느티나무(사진)는 한국교회의 부흥을 상징하듯 건물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만큼 100년 넘게 자라나 서울시보호수로도 지정됐다. 하지만 2006년 교회 신축 중 뿌리에 손상을 입었고 2015년 봄 고사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류 목사는 이 나무를 4t 트럭 2대에 나눠 싣고 한소망교회로 옮겨와 보관했다.

류 목사는 “교회 마당에 가져다 놓았는데 비가 오면 달려가 비닐로 덮으며 혹시나 잘못될까 노심초사한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이송 보관 제작 등의 비용도 억대가 들었다. 새문안교회에 심은 느티나무 역시 몇 년 전 교회건축을 위해 추모관으로 옮겼다가 최근 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문안교회 관계자는 “지금은 그 씨앗을 받은 2세대 나무 3그루가 자라고 있다. 내후년쯤 교회로 옮겨 심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언더우드의 느티나무는 결국 말씀이 담긴 작품으로 거듭났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최민준 목사가 디자인을 맡았다. 알파와 오메가 등이 새겨진 ‘언더우드 트리’란 작품은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로비를 장식하고 있다.

한소망교회는 다음 달 13일까지 작품들을 전시·판매한다. 류 목사는 “성찬 강대상 일부는 연세대와 장로회신학대에 기증하고, 판매 수익금은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아프리카 신학교의 도서관 건립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주=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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