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인생유전에 대한 소설이다. 1991년 노동소설 ‘감색 운동화 한 켤레’(실천문학사)로 주목받았던 엄우흠(51) 작가의 세 번째 장편이다. ‘마리의 돼지의 낙타’는 어느 위성도시 변두리 마을 무동에 흘러든 인생들의 욕망과 좌절을 환상을 섞어 그리고 있다. 인생사는 인연과 우연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도 없이 이어지며 전승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은 경수 가족이다. 경수 아버지는 한때 경찰이었지만 타의로 사직한다. 먹고살기 위해 커피숍에서 분식집으로, 문방구에서 통닭집으로 온갖 자영업을 전전하지만 실패하고 사채 빚에 몰려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경수는 엄마와 함께 무동의 낡은 집에 들어와 산다. 아버지는 그를 쫓던 사채업자가 살해당하자 무동으로 들어와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운영한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방화 음모를 민구의 누나 마리에게 알리려다 성폭행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마리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는다. 경수의 어머니는 남편이 성폭행 미수 혐의를 벗은 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경수는 공사판에서 작업반장을 밀치는 바람에 상해죄로 교도소에서 3년간 복역한다. 연이은 실패와 예기치 않은 불운이 어이없는 파국과 죽음으로 이어진다.

무동은 그린벨트 해제와 개발을 둘러싼 등장인물의 욕망과 갈등, 폭력과 비난이 난무하는 곳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극악한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희망마저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경수는 이유 없이 비난을 받을 때조차 “문득 엄마 얼굴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이 정도는 아무 일도 아니야. 사랑하는 엄마가 있는데”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

무동 사람들의 인연은 숨어 있다가 현재에 돌연 얼굴을 드러내거나 몰래 작동하며 현재를 움직인다. 제목은 집시 생활을 하다 무동에 정착한 민구네가 기르는 낙타 얘기다. 그 낙타는 전에 기르던 돼지가 물을 안 먹고도 견딜 수 있는 새끼를 소원한 끝에 낳은 것이다. 이 세상엔 뜻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돌연변이가 태어나기도 하고 사람의 의도와 결과는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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