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평양을 방어하는 공군부대인 제1017군부대를 찾아 전투기 비행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24~25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해 미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은 17일 김 위원장이 24일 블라디보스토크의 루스키 섬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경비 인력은 이보다 하루 앞선 23일 현지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북·러 정상회담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극방연방대학 캠퍼스 1개 동이 폐쇄됐고, 이곳에서 회담이 열릴 것 같다고 전했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집사인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17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다. 김 부장은 김 위원장의 의전을 총괄하는 인사다. 김 위원장의 방러에 앞서 의전, 경호 상황 등을 둘러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지난달 23일에 이어 17일 두 번째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시내를 둘러보는 모습. 후지뉴스네트워크 캡처

북·러 정상회담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베리아 부랴티아공화국 수도 울란우데를 방문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재 총리)과 회담한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러시아와는 첫 정상회담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중국을 4차례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2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과는 회담을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방러는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에 연연하지 않고 러시아·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통해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 벽을 뛰어넘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방러를 앞두고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17~18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징후가 포착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에 올린 보고서를 통해 지난 12일 촬영된 상업 인공위성 사진을 1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사진에는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방사화학 실험실 근처에 5대의 특수궤도차가 있는 모습이 포착돼 있다. CSIS는 “과거에 이 특수궤도차들은 방사성 물질 운반 또는 재처리 활동과 관련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에는 대형 건설용 크레인으로 추정되는 장비가 원자로 시설 서쪽 도로에 위치한 장면도 있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핵물질 생산을 포함한 핵 프로그램을 나중에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미국식 계산’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다. 북한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주요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려다 실패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핵물질 생산과 핵무기 고도화 활동은 지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이 내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집권 2기 지도체제를 정비한 최고인민회의 후 첫 현장지도를 공군부대에서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군사 활동과 관련한 김 위원장의 시찰은 지난해 11월 신형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현장지도한 이후 5개월 만이었다. 김 위원장이 16일 찾아간 군부대는 항공·반항공군 1017부대다. 이 부대는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연대급 비행대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부대 앞을 지나가다 추격습격기연대의 비행훈련 실태를 요해(파악)하기 위해 갑자기 들렀다”면서 비행사들에게 ‘어렵고 복잡한 공중전투조작’을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경택 조민아 기자 ptx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