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왼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 총재가 17일 각각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인주가 묻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17일 실시된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57) 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실시되고 있다. 유권자가 1억92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대선은 하루 일정으로 치러지는 선거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날 오후 표본개표가 97% 이뤄진 결과 조코위 대통령은 득표율 55%를 얻으며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인도네시아서베이연구소가 밝혔다. 상대 후보인 대인도네시아운동당 프라보워 수비안토(67) 총재는 득표율 45%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표본개표란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한 일부 투표소에서 조사기관이 개표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신뢰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다른 여론조사기관도 조코위 대통령이 프라보워 총재를 약 7~12% 차이로 앞설 것으로 예측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다음 달 22일 발표된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출구조사와 표본조사 결과를 모두 봤다”고 밝히며 자신의 승리를 시사했다. 이어 “선거는 정직하고 공정했다”며 “참을성을 가지고 공식 개표 결과를 기다리자”고 말했다. 그가 대선 승리를 확실하게 선포하지 않은 이유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야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17일 수도 자카르타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에 앞서 참관인들에게 빈 투표함을 확인시키고 있다.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이날 인도네시아 1만7000여개의 섬에 80만개가 넘는 투표소가 차려졌다. AP뉴시스

동남아 최대 경제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이날 역사상 처음으로 대선과 전국적으로 2만개가 넘는 의석을 채울 의원을 뽑는 총선 및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렀다. 최대 관심은 5년 만에 다시 맞붙은 조코위 대통령과 프라보워 총재의 대결이었다.

조코위 대통령과 프라보워 총재는 출신과 성향이 달라 ‘인도네시아판 오바마와 트럼프의 대결’로 불렸다. 빈민가 출신인 조코위 대통령은 가구 판매업을 하다 2005년 자바섬 소도시 시장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자카르타 주지사 시절 일본과 중국의 투자를 받아 도시고속철도 사업을 시행했으며 친서민 행보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2014년 그의 대통령 당선은 인도네시아 역사상 군이나 정치 엘리트가 아닌 인물이 국가원수로 선출된 첫 사례였다.

이에 비해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총재는 아버지가 재무장관을 지낸 명문가 출신이다. 농어민과 공장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층에선 조코위 대통령 지지세가 높고, 강한 국가를 표방하는 프라보워는 이슬람 과격파와 보수층 지지를 상대적으로 더 받는다. 다만 조코위 대통령도 최근 힘이 커지는 이슬람 보수세력을 의식, 이슬람 지도자 출신의 마루프 아민을 부통령 후보로 꼽았다.

조코위 대통령은 그간 여론조사에서도 프라보워 총재에 두 자릿수까지 앞서왔다. 그는 도로와 항만, 전력 등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확충하며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의 초석을 닦았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경제 둔화에도 연간 5% 이상의 성장률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90억 달러(약 10조2000억원)가량의 무역적자는 조코위 정부의 약점이다. 조코위 대통령이 인권 및 부패 문제에 소극적이었고 최근 사법기관을 활용, 지지기반을 다진 것도 비판을 받았다.

이날 선거는 현지시간 기준 동부 파푸아주에서 오전 7시에 시작해 서부 수마트라 시간으로 오후 1시에 종료됐다. 선거를 위해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전역에 80만개가 넘는 투표소가 차려졌다. 새 대통령은 오는 10월 20일 취임한다. 야권은 선거인 명단이 조작되면서 투표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조코위 대통령에게 미리 투표가 돼 있는 투표용지가 대량으로 담긴 봉투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유포되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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