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지긋한 중년들 가운데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Is Paris Burning?)’라는 문구를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게다. ‘태양은 가득히’ 등을 감독한 당대의 거장 르네 클레망이 1966년 만들어낸 영화의 제목. 전쟁 영화의 제목이 주는 강렬함은 중학생 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세 번째쯤 재개봉한 어느 영화관에서 본 기억이 난다.

지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흑백영화로 다큐멘터리 필름인 것 같은 장면이 자주 나왔다는 것, 노트르담 대성당,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콩코드 광장 등 파리 전체를 파괴하라는 아돌프 히틀러와 그 명령을 끝까지 거부했던 독일군 파리 주둔군 사령관의 이야기, 무엇보다 장폴 벨몽도, 알랭 드롱, 커그 더글러스 등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나왔으며 단역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다.

기억이 나는 장면 하나. 파리 사령관의 책상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수화기를 통해 나오는 히틀러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명령이다. 수신자가 없는 상태에서 “파리는 불타고 있는가”를 계속 외치는 히틀러의 물음은 허공에 맴돌다 만다.

후에 알았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 이후 연합군이 파리에 진격하기 직전, 히틀러는 모든 곳에 폭약을 설치해 파리 전체를 불태우라는 명령을 9차례나 했고, 이를 거부하고 인류문화유산을 지킨 주둔군 사령관이 디트리히 폰 콜티츠 장군이었다.

영화는 히틀러의 광기 어린 명령과 파리 유산을 사랑한 장군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그는 결국 전범으로 재판받았지만 2년 정도만 복역하고 풀려났으며, 프랑스 사람들로부터는 ‘파리의 구원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가 나치군의 전쟁범죄 행위에도 가담한 전범이었지만 파리를 지킨 행위가 그의 죄를 어느 정도 덮은 셈이다. 콜티츠 장례식에는 프랑스의 고위 공직자들과 레지스탕스 지도자였던 사람들까지 참석했다고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화마에 당했다. 많은 프랑스인들은 파리가 불탔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리고 온전히 재건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1163년 루이 7세가 건축을 시작해 100년에 걸쳐 완성된 유산, 나폴레옹 대관식 등 유럽의 역사를 간직한 대성당, 프랑스 대혁명 때도 일부만 부서졌고 2차대전 때도 살아 남았던 것인데 참으로 안타깝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