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촛불혁명으로 선출된 문재인정부가 ‘개혁노선’을 포기하고 ‘관리정부’로 주저앉고 있다는 우려가 매우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나 취임 직후에 재벌과 관료에게 휘둘렸던 참여정부의 실패를 결코 답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집권 2년이 다 돼가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정부의 실패한 전철을 닮아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인사와 경제 정책이 특히 그렇다.

취임 첫해 문 대통령이 보여준,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고 겸손하게 소통하며 공감하는 지도자의 자세는 역대 대통령에게서 볼 수 없었던 감동적인 행보였다. 그러나 만사라는 인사 정책을 보면, 어째서 추천하는 사람마다 함량미달인지 모르겠다. 도저히 개혁정부가 추천했다고 믿을 수 없는 이들이 왜 청문회에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상식적인 교수라면 생각할 수 없는 해적단체 주최 학회에 참석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숱하게 저질렀던 인사, 온갖 부동산 투기수법을 다 활용해온 부도덕한 인사, 일반인은 알지도 못하는 비상장 주식에 몰빵하는 투기적 수법을 횡행해온 인사 등 평균적인 지식인의 수준과 너무도 동떨어진 이들을 국정운영의 최고 동반자로 추천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이러한 인사는 참여정부 때도 없었다.

더욱이 국정운영의 삼각축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경제 성과가 나빠지면서 고용 사정은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현상의 진단과 처방마저 잘못한 나머지 경제정책은 뒤죽박죽이 됐다. 개혁은 물론 현상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다. 재벌 중심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공정경제의 흐름이 막히고 동맥경화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재벌 대기업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일자리 문제를 애걸하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1년 전 재벌 회장들과 만나 신규인력 채용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한 결과, 10대 재벌 대부분이 매년 1만명 내지 3년 내에 4만~5만명 채용을 약속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애당초 이런 입바른 약속을 믿었다면 너무도 순진하고 무능한 정부다.

그동안 대통령 지지율의 보호막 속에 무사안일했던 여당은 경제정책에서만큼은 인터넷전문은행이란 미명 하에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거나 차등의결권제도를 도입하려 하는 등 반개혁적 정책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들어서는 호박에다 줄 그어서 수박을 만들겠다는 것인 양, 이미 백해무익하다고 결판이 났던 화폐개혁의 일환인 리디노미네이션(1000원을 1원으로 하는 것과 같은 화폐단위 변경)을 통해 국가 위상을 높인다고 한다. 이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평지풍파란 말인가.

경제는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 복합 경제불황이 우려되고 저출산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가 산적한 상태인데, 여기다 불확실성을 더 높여서 어떻게 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마약 거래 등의 지하경제 문제가 심각하고 아직도 부패한 정치인들이 남아 있는 현실에서 지하경제의 거래 단위를 1000배로 증대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제발 정신 나간 시도를 멈추기 바란다.

문재인정부 집권 2년을 평가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문 대통령의 공약인 4대 비전, 12대 약속, 30개 영역, 201개 분야의 1169개 세부 공약 이행률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제시한 공약의 완전이행률은 16.3%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대통령은 저조한 공약 이행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심기일전해 국민이 요구하는 재벌개혁, 주거안정, 적폐청산, 정치·선거 및 권력기관 개혁 등에서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촛불정부에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애정 어린 고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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