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동북아에서 불꽃 튀는 외교전이 펼쳐졌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물꼬를 튼 남북화해 국면은 4월 27일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이 흐름은 같은 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인공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국외자였다.

1년 뒤 같은 공간에서 연쇄 정상(頂上) 외교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북한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4~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한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의 충격을 중·러와의 동맹 공고화로 돌파하려는 복안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후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과 중·러 정상회담을 한다.

북·중·러에 맞서는 미·일 동맹에서는 국외자였던 아베 총리의 입지 격상이 두드러진다. 아베 총리는 4~6월 석 달 연속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 오는 26일 워싱턴DC에서 미·일 정상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 생일 축하연에 참석하며, 2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5월 1일 나루히토 신임 일왕 즉위식, 6월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답방한다. 트럼프는 G20 회의 참석 뒤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동대응을 위해 화해 분위기로 돌아섰다. 지난 15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오는 6월 시 주석의 일본 방문 일정이 조율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5개국이 치열하게 벌이는 정상 외교전에서 문재인 대통령만 ‘외톨이’다. 아베 총리는 오는 6월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과 개별 양자 회담을 추진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은 그 명단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그렇다 치고 대중(對中) 관계도 좋지 않다. 양국관계에서 목의 가시 같은 사드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이다. 시 주석 방한도 때를 놓쳤다.

오직 북한만 바라보는 정부의 ‘북한 올인 외교’의 귀결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젠 북한마저 문 대통령을 ‘오지랖 넓다’고 비난하는 지경이다. 여러 경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자초한 ‘외교 고립’이라는 점에서 외부 탓하기도 힘들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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