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영재를 키우기 위한 영재학교가 대학 입시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여전하고, 고교서열체제를 완화하려는 교육 당국 정책에서도 빗겨나 있어 높은 경쟁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영재학교가 ‘명문대행 보증수표’로 인식되면서 사교육 저연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3일 전국 영재학교 8곳(영재학교로 전환한 과학고 포함)의 올해(2020학년도) 경쟁률을 취합한 결과 15.32대 1로 나타났다(표 참조). 전체 789명을 선발하는데 무려 1만2085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입시에선 14.43대 1, 2018학년도는 14.01대 1이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올해 모집정원이 84명인데 2570명이 몰려 8곳 중 가장 높은 30.60대 1이었다. 지난해 21.5대 1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 대비 경쟁률 상승폭도 최고였다. 대구과학고는 17.71대 1에서 21.39대 1,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19.25대 1에서 21.12대 1로 높아졌다. 경기과학고(19.69대 1→10.48대 1)를 제외한 모든 학교가 경쟁률이 상승했다.

영재학교의 인기는 다양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종에 특화된 학교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워낙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 있어 어떤 전형이든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지만 특히 학종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학고 등 다른 종류의 고교에서는 연구 활동(소논문)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쓰지 못하도록 지난해 금지했다. 소논문 활동이 사교육을 유발하고 ‘부모 스펙’에 영향을 받는 등 불공정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영재학교는 예외다. 한 지역 영재학교 학생부를 보면 ‘창의연구활동’ ‘기타연구활동’ ‘연구발표실적’으로 구분해 작성토록 해놨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운영되므로 과학고 외국어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초중등교육법상 학교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영재학교 프로그램과 이들 학교의 학생부는 학종에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변석개하는 입시정책이나 고교 정책과도 거리가 있다. 문재인정부는 외고와 자사고 폐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였다. 그러나 외고와 자사고 구성원 반발을 우려, ‘우회로’를 택했다. 외고·자사고를 일반고처럼 후기고로 전환하고 탈락자를 비선호 일반고에 강제 배정하려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일반고와 동시 모집은 합헌 판결, 비선호 일반고에 강제 배정한 정책은 위헌 판결을 받았다. 어정쩡한 고교 체제 개편은 오히려 고교 서열화를 심화시킬 전망이다. 외고·자사고가 후기고로 전환되면서 가장 먼저 영재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과학고로, 다시 떨어지면 자사고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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