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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 달려간 김정은, 푸틴 ‘제재 완화’ 메시지 끌어낼까

북-러 정상회담 관전포인트

북·러 정상회담 이틀 전인 23일 회담장으로 알려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캠퍼스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두 벤츠 모두 뒷문에 금색 국무위원장 휘장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25일로 예고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정치적 의미는 있겠지만 실질적 성과는 미미할 것’으로 요약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주춤한 사이 북한은 러시아로 손을 뻗어 제재 숨통을 찾고,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서의 영향력을 입증해 보이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 제재 완화 메시지가 언급될지 여부다. 러시아는 북한이 비핵화 선제 조치를 취했고 1년 넘게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한 만큼 최소한 제재 해제를 논의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비핵화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러시아와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대미 압박, 제재 버티기, 외교적 고립 탈피라는 세 가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러시아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안보 조치에 부정적인 것도 북한 입장에선 꽤 괜찮은 카드다.

두 정상은 러시아에 체류 중인 북한 노동자의 비자 연장 문제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 결의(2397호)는 ‘회원국 내 소득이 있는 북한 노동자들을 24개월 내에 북한으로 송환할 것’을 의무화했다. 북·러 정상회담은 지난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과는 무관하게 이미 지난해부터 추진됐던 일이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그 의미가 배가된 측면이 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23일 아산정책연구원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가 비핵화 협상 구도에 일정부분 영향력을 과시하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가하는 제재의 방향을 드라마틱하게 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동아시아 역내 강력한 플레이어로서의 위치를 국제사회에 상기시키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북한을 돕기 위해선 안보리 대북 결의를 위반하거나 합법적으로 제재를 푸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북·러 양자 간 경제협력 논의는 원론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국면도 국면이지만 그 자체로 경제성이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단 러시아의 대북 인도적 지원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남·북·러 3각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의견 교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함으로써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방패막이 역할을 유도한다는 시각도 일부 있다. 그러나 러시아대사를 지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대국이 북한을 돕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둘 사이의 틈바구니를 비집을 이유가 전혀 없다”며 “중·러 관계가 미묘한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 뒤 곧바로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다.

중국 역시 북·러 정상회담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조선(북한)과 러시아는 중국에 우호적인 이웃 국가”라며 “조(북)·러가 양자 관계를 진전하고 고위급 왕래를 강화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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