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재정경제원 시절 훌륭한 대변인으로 통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솔직함, 해박한 경제 지식과 브리핑 능력을 무기로 대부분의 출입기자들을 ‘우군’으로 만들었다. 경제 정책을 홍보하면서도 감시 기능을 하는 기자들을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처세는 남달랐다.

재경원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역임했다. 관료 출신이 부총리 보직을 두 번이나 한 것은 이례적이다. 4선 의원인 그는 정치권에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정권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도 무난한 대변인이란 평을 들었다.

대개 조직의 장이 장수하거나 영전하면 그를 보좌한 대변인 출신 인사도 잘나간다. 하지만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 대변인을 하다가 불명예 퇴진한 이들도 있다. 박근혜정부 때 성추문 의혹에 휩싸여 물러난 윤창중 전 대변인, 문재인정부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의겸 전 대변인은 수신제가(修身齊家)에 실패한 사례들이다.

정치권에서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인구에 회자되는 대변인이었다. 그는 민주정의당과 민주자유당 때 촌철살인의 대변인으로 불리며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지금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그의 작품이다. 내로남불의 다른 버전인 내정남불(내가 하면 정의, 남이 하면 불의)의 ‘저작권’도 반쯤은 박 전 의장에게 있지 않을까.

협치가 실종된 요즘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급기야 ‘김정은 대변인’과 ‘극우 대변인’까지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이어 황교안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보다는 북한 편에 선 듯한 문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여권을 자극하는 발언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다시 한 번 그런 말 하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고, 청와대는 ‘구시대적 색깔론’이라고 비난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황 대표가 극렬극우 세력과 토착왜구 옹호세력의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독설 공방은 그만하고 국민과 경제를 위해 협치하는 정치권을 보고 싶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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