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는 1967년에 발표한 곡 ‘위드 어 리틀 헬프 프롬 마이 프렌즈(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에서 친구들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음정을 틀리지 않고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다고 했다. 50여년이 흐른 지금, 인공지능(AI)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아예 노래를 만들 수 있다고 가사를 고쳐 써야 할 시절이 왔다.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부르면서 힘을 얻잖아요. 그런데 음악을 만드는 건 너무 높은 벽이죠. AI를 통해서 사람들이 쉽게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AI 스타트업인 ‘포자랩스’를 운영하는 김범중씨, 정구봉씨와 지난 19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포자랩스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AI 작사·작곡 보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곳으로, 연세대 빅데이터 동아리에서 만난 음악을 좋아하는 1992년생 동갑내기 세 명이 함께 만든 기업이다. 이들은 딥러닝과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한 작사 보조 솔루션 ‘플로우박스(Flowbox)’를 웹과 모바일로 서비스하고 있고, AI가 만든 배경음악을 유튜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멜리(Mely)’를 운영하고 있다. 작사를 연구하는 김에 도전해봤다던 KT 인공지능 소설 공모전에서 우승했고, 기술력을 인정받아 네이버 D2스타트업팩토리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가사는 300만줄 정도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곡은 다 학습을 한 상태고요, 작곡은 화성학적인 알고리즘을 통해 멜로디와 반주를 만듭니다. 3분짜리 곡 하나 작곡하는 데 20초 정도 걸려요.” 플로우박스에 봄비와 꽃, 아침을 키워드로 입력하고 ‘스케치’를 클릭했더니 6~7개 문장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 ‘리터치’를 통해 표현을 바꾸고, ‘라임’을 클릭했더니 ‘낯익은 골목길 위로/ 벚꽃의 터널을 지나/ One step two step/ 봄비가 되어 봄이 왔네’라는 가사가 뚝딱 만들어졌다.

대중음악 분야에서 AI는 낯선 존재가 아니다. 네이버의 음악 앱 ‘바이브’처럼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취향의 음악을 추천해주는가 하면, 히트할 만한 곡을 골라내는 족집게 역할도 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미 2002년 미국에서 AI가 한 가수의 신보를 분석했는데, 수록곡 12곡 중 10곡이 90% 이상의 확률로 히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음반은 전 세계에서 2700만장이 팔렸다. ‘돈 노 와이(Don’t Know Why)’가 실린 노라 존스의 데뷔 앨범이었다.

“그래도 AI가 창작의 영역에 도전하는 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현재 저희 작품의 완성도는 목표하던 것의 절반 정도 수준이에요.” 그렇다면 AI가 창작을 넘어 노래까지 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인공지능 스피커가 말을 하지만 목소리에 높낮이가 없는 것처럼, 노래를 부르는 건 더 어려운 과정”이라면서도 “3~4년 이상이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작사와 작곡은 물론 가창까지 해내는 AI가 탄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그 정도라니 놀라울 뿐이다. “저희도 AI가 만든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많이 생각해요. 플로우박스는 가사를 자동 완성하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작사·작곡가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곡 만드는 일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는 거죠.”

플로우박스를 써보니 AI의 창작물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은 덜어졌다. 기술 혁신에 대해 서울대 교수 23명이 토론한 결과를 담은 ‘공존과 지속’이라는 책은 ‘인간과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고, 기술 자체만큼이나 인간의 존재 양식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지적처럼 포자랩스는 AI 연구에 매진하고, 음악팬들은 ‘음악의 본질은 무엇일까, AI가 만들고 부른 노래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음악은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권혜숙 문화부장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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