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사의 악당 같은 영웅 캐릭터 데드풀. 그는 쉽게 죽지 않는 몸으로 영화 속에서 적들을 물리친다. 팔이 잘려도 다시 자라고 총에 맞아도 구멍이 메워진다. 그가 끊임없이 재생되는 몸을 얻게 된 것은 생체실험에 참여해 유전자를 주입 받았기 때문이다. 실험 때는 유전자 발현을 위해 극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실제로 스트레스가 잠자고 있는 유전자를 깨운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진이 2010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체내에서 생성되는 물질에 사람 세포를 노출하자 특정 유전자가 발현됐다. 물론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통해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발현하고, 불로불사의 몸을 만든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얘기다.

인류의 불로불사에 대한 동경은 괴물을 만들기도 한다. 영화 ‘창궐’에는 해가 지면 인간이 아닌 존재, ‘야귀’들이 출몰한다. 서양의 좀비와 비슷하며 죽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살지도 않은 자들이 조선을 점령한다. 좀비는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다. 과거 실제로 좀비가 존재한다는 뉴스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카리브해에 있는 아이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좀비에 대한 일화가 꾸준히 보고됐다. 아이티 국민은 좀비가 실재한다고 믿었다. 다만 아이티의 좀비는 영화 속 좀비와는 달랐다. 말을 할 줄 알았고 일부 인지능력도 갖고 있었다. 1962년 사망 판정을 받은 뒤 18년 만에 나타난 40대 나이의 한 농부도 마찬가지였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토지 문제로 다퉜던 형이 나를 좀비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좀비가 된 지 2년 동안 노예로 일하다가 16년을 배회한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내막을 보니 아이티의 주술사들이 독을 투여해 사람을 가사 상태에 빠뜨렸고 무덤에 묻히게 했다. 주술사들은 2~3일이 지난 뒤 무덤을 파고 살아있는 사람을 꺼냈다. 이후 향정신성 물질을 주입해 노예처럼 일하도록 한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도 불사신 신화를 만들어낸다. 영화 ‘업그레이드’에서 주인공은 괴한의 습격으로 아내를 잃게 되고 자신은 척수가 끊어지고 만다. 삶의 의욕을 잃은 주인공에게 거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달콤한 제안을 한다. 끊어진 척수와 뇌 신경을 연결하는 칩을 개발했다는 것. 주인공은 일반인처럼 다시 움직이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 칩은 그냥 칩이 아니었다.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칩이었다. AI는 조금씩 주인공의 몸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한다.

너무 먼 미래의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척수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러 연구를 보면 의외로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다.

미국 루이빌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을 통해 척수마비 환자를 다시 걷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화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방식을 이용했다.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는 척수가 손상돼 뇌에서 내리는 전기 신호를 받지 못한다. 연구진은 척수에 전기 자극 장치를 연결해 끊어졌던 뇌와 다리 근육 사이의 신경을 연결했다. 이후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증폭시켜 척수로 전달시켰다.

2016년에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와 미국 브라운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척수마비로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원숭이의 뇌와 척수에 센서와 전기자극 장비를 심었다. 원숭이는 보조기기 도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신체 일부만 로봇으로 바꾸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3D 프린터를 이용한 로봇 손, 로봇 팔이 출시됐다. 뇌파를 읽은 뒤 이를 로봇 팔로 전달해 손을 못 쓰는 환자가 음료를 마시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는 척수 손상으로 팔 감각을 잃어버린 환자의 뇌에 전극을 넣어 팔 감각을 느끼게 하는 데 성공했다.

기술 개발 속도는 빠르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향후 신체를 못 쓰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걷고 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나아가 낡아 약해진 신체를 기계가 대체해가면서 사람을 보다 불로불사에 가깝게 만들어 줄 것이다. 죽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는 분명 현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할 전망이다. 다만 불사신들이 사는 미래가 좀비로 가득한 디스토피아일지, 인류의 오랜 염원이 이뤄진 유토피아일지는 미지수다.


유성열 산업부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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