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나노 EUV 라인이 있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초미세공정 기술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재 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 부문 1위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동시 석권해 명실상부한 세계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메모리 부문 투자는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에 60조원을 투입한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투자 금액은 11조원이다. 이번 투자는 메모리 부문과 별도로 진행되는 것이다.

7나노 극자외선(EUV) 라인이 있는 화성캠퍼스를 증설하고,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지난해부터 건설 중인 평택 2라인도 EUV 라인이 설치되는 만큼 시장 상황에 따라 파운드리(위탁생산) 라인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스템 반도체 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투자와 고용이 예정대로 집행되면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진정한 반도체 1위가 되기 위해서는 비메모리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비메모리가 반도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앞으로 더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비메모리 시장 규모는 3212억 달러로 메모리(1625억 달러)에 비해 배 가까이 크다. 2021년에는 비메모리 3520억 달러, 메모리 1725억 달러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비메모리 시장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메모리 부문은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미지 센서뿐만 아니라 차량용 칩셋·이미지센서, 사물인터넷(IoT)용 칩셋, 인공지능(AI)용 뉴럴 엔진, 5G 모뎀 등 외연이 점점 확대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는 현재 알려진 것만 수천 종에 달할 정도로 제품이 다양하다. 또 분야별로 글로벌 강자들이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강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CPU는 인텔, AP와 모뎀은 퀄컴, 이미지센서는 소니, 차량용 반도체는 NXP 등이다.

삼성전자의 가시적인 목표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고, AP와 모뎀에서 퀄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5나노 초미세공정 개발을 완료했고, 3나노 공정 개발에도 나서는 등 초미세공정에서 앞서 나간다는 목표다. 공정이 미세화할수록 전력 소모가 적고 성능은 좋아지기 때문에 퀄컴, 애플, 엔비디아, AMD 등 칩셋을 설계해 제작을 맡기는 팹리스 업체들은 파운드리 업체의 미세공정 수준에 민감하다. 업계 1위인 TSMC도 지난해 5나노 공정에 250억 달러를 투자키로 하는 등 기술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칩셋을 퀄컴 ‘스냅드래곤’ 대항마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제 시장 초기 단계인 차량용 반도체(엑시노스 오토, 아이소셀 오토)와 5G 모뎀 솔루션 등에서 칩셋 성능과 브랜드 인지도를 대폭 향상해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목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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