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을 위한 교회 스터디룸을 아시나요?

중간고사 기간을 맞은 학생들이 23일 밤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에 마련된 스터디룸에서 공부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어둠이 짙게 깔린 23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골목길에 들어서자 유독 환하게 불을 밝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4층 콘퍼런스룸 푯말이 붙어있는 공간으로 책과 노트북을 든 청년들이 오가고 있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콘퍼런스룸 좌우엔 좌석번호가 부착된 개인 책상, 중앙엔 5~6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공간을 채웠다. 입구엔 학교 도서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좌석표와 ‘사용 중’임을 표시하는 바둑알 모양의 자석이 놓여 있었다. 서현교회(이상화 목사)가 지역 내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을 위해 마련한 무료 스터디룸 모습이다.

이 교회 믿음마을(20~25세) 부서를 맡고 있는 김정민 강도사는 “매 학기 시험기간이면 신촌 홍대 상수동 할 것 없이 카페마다 카공족들로 불야성을 이룬다”며 “공부 공간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많다는 이야길 듣고 스터디룸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필요’가 확인되자 청년과 담당 교역자들이 적극 나섰다. 각종 세미나, 셀모임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던 콘퍼런스룸의 테이블과 의자를 재배치하고 자체 예산을 들여 스탠드도 마련했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후 집회가 끝나는 시간(8시30분)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11가지 항목의 이용지침을 게시하고 청년 리더들이 매일 밤 감독에 나선다. 오규영(24)씨는 “공부할 때 백색소음이 깔린 공간을 선호하는데 도서관 열람실은 너무 조용하고, 카페는 테이블이 좁아 전공서적 한 권 펼치기도 힘들었다”면서 ‘열람실과 카페의 장점이 조합된 공간’이라고 이곳 스터디룸을 평했다.

지난해 기말고사 기간엔 ‘24시간 카페’에서 공부했다는 김태헌(24)씨는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데만 1만원이 훌쩍 넘게 든다”며 “지갑이 얇은 대학생으로선 부담스러운 비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험기간엔 새벽 3~4시까지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여학생들은 안전에 대한 걱정도 큰 편”이라며 “교회에 스터디룸이 마련돼 안전 문제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터디룸은 지난 16일 문을 열었다. 중간고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8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소망마을(26~35세)을 담당하는 박요셉 목사는 “문을 연 지 며칠 만에 26개 좌석이 가득 찰 만큼 반응이 좋아 기말고사 기간에도 운영하도록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교회의 적절한 공간 활용이 성도들에게는 다음세대의 필요를 채워주는 활동임을 느끼게 해주고 비기독교인에겐 교회의 문턱을 낮추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교회의 노력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상화 목사는 “최근까지 교회 내 활용 가능한 공간, 지역 내 인구 이동, 거주 형태 등을 면밀하게 분석했다”며 “손자 손녀를 돌보는 어르신들을 위한 휴식 공간, 어린이 도서관 등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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