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극 중 장면. 마블의 인피니티 사가(The Infinity Saga·페이즈 1, 2, 3를 아우르는 MCU)를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충격과 반전의 결말을 담고 있는 만큼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노 스포일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후 마블은 새로운 히어로들을 합류시켜 페이즈 4를 펼쳐나갈 예정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블 10년의 대단원, 이보다 더 완벽한 피날레를 상상하기 어렵다. 마블 스튜디오가 그간 선보인 21편의 작품을 집대성했다는 케빈 파이기 대표의 설명 그대로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이하 ‘어벤져스4’)은 팬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는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다.

시리즈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의 강렬한 결말을 기억할 것이다.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차지한 악당 타노스(조슈 브롤린)가 손가락을 튕기자 우주 생명체 절반이 소멸됐다. 바로 그 시점에서 이야기는 이어진다. 가족과 친구들을 잃은 사람들은 상실감에 빠진 채 살아가고, 죄책감에 사로잡힌 히어로들도 의욕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낸다.

양자영역에서 빠져나온 앤트맨(폴 러드)이 시간여행을 제안하면서 히어로들은 마지막 희망을 품게 된다.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블랙 위도우(스칼릿 조핸슨)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호크아이(제러미 레너) 등이 의기투합하고, 가족과 지내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까지 돌아온다. 캡틴 마블(브리 라슨)도 힘을 합쳐 타노스에 대항하기로 한다.


‘어벤져스4’는 시간여행을 통해 지난 마블 영화들을 하나씩 되짚는다. ‘아이언맨’(2008)부터 ‘토르: 다크월드’(2013)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닥터 스트레인지’(2016)까지, 그때 그 영화의 익숙한 어느 장면 속에 현재의 히어로가 들어가 있는 모습은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든다. 각 히어로들과 팬들을 위한 헌사인 셈이다.

클라이맥스는 후반부에 배치된 최후의 전투신이다. 장대한 스케일과 완성도에 있어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비견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헐크(마크 러팔로)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등 모든 히어로들이 한데 모인 순간, “어벤져스, 어셈블(Avengers Assemble)!”이라는 외침이 쩌릿한 전율을 일으킨다.

히어로로서의 본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떤 이의 모습에선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서사에는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녹아있다. 시종 비장한 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마블 특유의 유머는 힘을 잃지 않는다. 여성 히어로들의 눈부신 활약은 향후 확장된 세계관을 펼쳐나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방향성을 뚜렷이 보여준다.


올해 극장가 최고 기대작인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다. 사상 최초로 사전 예매량 230만장을 기록한 영화는 개봉일인 24일 불과 4시간30분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오후 6시40분 기준 127만명을 넘어서면서 ‘신과함께-인과 연’(124만명)을 제치고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작성했다. 1000만 돌파는 이미 기정사실화됐다. 외화 흥행 1위 ‘아바타’(1333만명)나 역대 흥행 1위 ‘명량’(1761만명)의 기록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시간 1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중간에 화장실에 가지 않도록 음료를 적게 마시거나 당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간식거리를 챙기는 것이 좋겠다. 마블 영화의 상징인 쿠키영상은 이번에 없다. 대신 히어로들의 자필 서명이 등장하는 엔딩 크레디트가 뭉클한 여운을 안긴다.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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