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극동개발장관과 대화를 나누며 블라디보스토크역을 나서고 있다. 전용열차를 타고 북·러 접경도시 하산을 통해 러시아 영토로 진입한 김 위원장은 우수리스크를 거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적잖은 선물보따리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는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크림반도 분쟁 등 글로벌 이슈에서 ‘찰떡 공조’를 과시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 주장에 동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빅딜’ 요구에 맞서는 공동전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12월 이후 중단된 북핵 6자회담 재개 방안 역시 이런 차원에서 그가 김 위원장에게 제안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핵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 “6자회담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유일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only efficient way)이며, 현재 이보다 효과적인 국제메커니즘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6자회담 중단 이후 한반도 문제에서 발언권을 거의 얻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러시아가 존재감을 과시할 기회를 얻었다.

러시아는 그동안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채택한 ‘모스크바 선언’에서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지지 또는 이해한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북한이 지금까지 취한 조치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러 공동의 비핵화 방법론인 ‘쌍중단’(한·미 군사훈련과 북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협정 프로세스의 동시 진행)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러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해 왔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로드맵도 함께 만들었다”며 “포괄적,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를 통해 긍정적 성과를 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과 북한 철도 개선 사업, 러시아 극동 개발 등 경제협력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 외에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겸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 예브게니 디트리히 교통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극동개발장관, 올렉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 등 극동개발 및 철도협력 관련 고위 인사가 대표단에 대거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문제도 쟁점이다. 2017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는 올해 말까지 북한 노동자를 모두 추방토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석탄과 수산물 등 핵심 수출품의 판로가 막힌 상황에서 노동자 송출까지 중단되면 경제적 타격이 크다. 러시아 역시 국가적 역점사업인 극동개발을 위해서는 저렴한 북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조성은 조민아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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