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야구부자(父子)는 단연 이종범(49·현 LG 트윈스 코치)·정후(21·키움 히어로즈)다. 이정후는 천재라 불리던 아버지 못지않은 재능으로 2017년 신인왕에 이어 지난해 타격 3위에 올랐다. 2019년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수많은 ‘야구 2세’들이 등장해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전성기인 199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를 휘젓던 선수들의 아들들이라 더욱 반갑다.

대타자인 아버지보다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유망주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왼쪽)는 메이저리그 통산 449홈런을 기록한 블라디미르 게레로(오른쪽)의 아들이다. 게레로 주니어는 최상급 파워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메이저리그 유망주들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AP뉴시스

현재 북미 야구팬들은 27일(한국시간) 한 어린 선수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유망주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0)다. 토론토는 게레로 주니어가 27일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와의 빅리그 홈경기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팬들이 약관의 선수에 관심을 쏟는 것은 바로 그가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LA 에인절스 등에서 뛴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44)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게레로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318에 2590안타 449홈런을 기록하고 지난해 명예의전당(HOF)에 입성한 대타자다.

그렇다고 게레로 주니어가 단순히 아버지의 후광만 입는 선수는 아니다. 그의 이력을 보면 MLB 전체 유망주 1위답게 마이너리그를 사실상 초토화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16년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한 게레로 주니어는 지난해 더블A 61경기에서 타율 0.402 14홈런 1.120의 OPS(출루율+장타율)를 남기는 무시무시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더블A에서 트리플A로 격상된 와중에도 30경기에서 타율 0.336 6홈런을 기록했고 올 시즌은 트리플A 타율이 0.367 3홈런(8경기)으로 성적이 더욱 상승했다. 미국 야구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게레로 주니어의 파워 평가는 80점 만점에 80점이다.

태티스 父子

그런데 한국 팬들에게 게레로 주니어보다 친숙한 2세 선수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어엿하게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페르난도 태티스 주니어(20)가 주인공이다. 태티스 주니어의 아버지는 바로 1999년 4월 24일 박찬호에게 세기의 치욕적인 기록인 ‘한 이닝 한 타자 만루홈런 두 차례(한만두)’를 안긴 페르난도 태티스(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44)다. 올해가 ‘한만두’ 사건 20주년이어서 태티스 부자는 더욱 많이 회자되고 있다.

아직 1군 데뷔 전인 게레로 주니어에 비해 태티스 주니어는 이미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부자 야구선수의 선봉에 서고 있다. 태티스 주니어는 25일 기준 24경기에 출장해 3할에 가까운 타율(0.299)에 OPS가 0.947이나 되는 등 샌디에이고의 핵심 타자로 자리잡았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2안타를 치며 범상치 않은 인상을 남긴 그는 이달 12일부터 25일까지 치러진 12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치고 있다. 수비 부담이 많은 유격수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6개의 홈런을 치는 등 대형 스타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태티스 주니어가 이대로 활약을 지속한다면 올 시즌 10년간 3억 달러를 받고 입단한 3루수 매니 마차도와 함께 향후 샌디에이고의 내야를 탄탄하게 지킬 전망이다. 팬들은 벌써부터 태티스 주니어와 게레로 주니어가 올해 신인왕 경쟁을 할 것이라며 들떠 있다.

태티스 주니어의 활약은 시즌 초이긴 하지만 아버지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사실 태티스는 ‘한만두’를 기록한 1999년(타율 0.298 34홈런)에만 반짝했던 선수다. 97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태티스는 2010년까지 통산 0.265 113홈런으로 특출난 활약을 보이지는 못했다. 실제로 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외에 몬트리올 엑스포스, 뉴욕 메츠 등을 거치며 ‘저니맨’의 길을 걸었다.

비지오 父子

메이저에서의 활약을 꿈꾸는 또다른 2세들도 적지 않다. 게레로 주니어와 함께 토론토 산하 트리플A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2루수 캐반 비지오(24)는 2015년 HOF에 헌액된 크레이그 비지오(54)의 아들이다. 크레이그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최고의 2루수로 군림한 바 있다. 캐반은 초기에는 아버지보다 재능이 떨어진다는 평가였지만 올 시즌 트리플A에서 4할이 넘는 고타율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데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비셰트 父子

마찬가지로 토론토 트리플A팀에서 뛰고 있는 내야수 보 비셰트(21)는 1990년대 후반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단테 비셰트(56)의 아들이다. 단테는 박찬호에게 2홈런을 포함해 타율 0.348(23타수 8안타)로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인 바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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