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데 필요한 자질이 있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대의명분에 헌신할 정열, 자기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지 않을 책임감, 사물과 인간에 대해 거리감과 균형감을 갖는 목측능력(目測能力) 세 가지를 꼽았다. 이 중 목측능력은 눈대중을 뜻하는 말인데, 고도의 집중력과 평정심을 갖고 정신을 제어하는 능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베버는 정치를 직업으로 가지려면 ‘정치를 위해’ 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단순히 생계 수단이 아니라 정치를 자신의 삶으로 삼는 것이다. 대의에 헌신하기 위한 권력 추구를 즐기거나 봉사를 통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인 안정과 자부심을 맛보는 것을 의미한다.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려면 물론 권력투쟁과 선동, 당파성 등도 필요하다고 베버는 이 책에 썼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각종 현안에 대한 발언 등 국가권력의 기능과 작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활동은 수십년 동안 해왔고 죽을 때까지 할 것이지만, 직접 국가권력을 잡아서 그 기능과 작동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달리던 그가 대선은 물론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일종의 전략이라기보다 진심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도 정치는 열정과 탐욕, 소망과 분노, 살수(殺手)와 암수(暗數)가 맞부딪치는 권력투쟁의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정치는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로 정의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정도가 아니라 대통령을 목표로 삼는다면 권력투쟁을 놀이처럼 즐거운 일로 여기면서 그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하지만 그는 정치가 즐겁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가 즐거우려면 베버가 얘기하는 목측능력이 있어야 한다. 탐욕과 분노, 살수와 암수가 일상인 권력투쟁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감정을 제어하는 능력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에 적합한 성향은 하루종일 권력투쟁을 한 뒤 보람찬 마음으로 귀가해 밤에 꿀잠을 자는 사람일 것이다.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잠을 못 자는 사람이라면 권력을 얻기 전에 병부터 얻기 쉬운 만큼 정치를 직업으로 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신종수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