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촬영 등 다양한 분야에 심혈을 기울여 여타 극과 차별점을 둔 드라마들. 양질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청자를 붙들기 위한 전략이다. 위쪽부터 ‘열혈사제’(SBS), ‘자백’(tvN), ‘닥터 프리즈너’(KBS2). 각 방송사 제공

“뜨거운 마음이 택했네 구담구 히어로/…/ 나타날게/ 내가 필요할 땐/ 아무도 나를 막지 못해/ 거기 서 너/ 널 용서 않겠다”

‘열혈사제’(SBS)를 볼 때면 배경음악에 늘 어깨가 들썩이곤 했다. 타이틀곡이었던 노라조의 ‘우리동네 히어로’다. 악에 빠진 구담구를 정화하는 사제 김해일(김남길)을 쏙 빼닮은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는 극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스토리에만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드라마가 종합예술을 닮아가고 있다. 음악은 물론 촬영,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치열해진 드라마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해 시청자를 단단히 붙들기 위한 전략이다.

배경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대개 제작진 회의를 거쳐 다수의 작곡가에게 원하는 분위기의 곡을 의뢰한다. 이후 가수가 결정돼 녹음하는 식인데, 곡의 양이 상당하다. ‘열혈사제’ OST를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우리동네 히어로’는 창작자들에게 불의에 대한 김해일의 분노가 느껴지는 곡으로 의뢰했다. 6~7명에게 받은 약 15곡 중에서 결정된 노래”라며 “OST 전체로 보면 100곡 정도의 후보군에서 6곡이 추려졌다”고 했다.

눈을 사로잡는 촬영 기법도 여타 극과 차별점이 되는 요소다. ‘비밀의 숲’에 이어 웰메이드 장르물 계보를 잇고 있는 법정물 ‘자백’(tvN)이 대표적이다. 5%(닐슨코리아) 내외 시청률로 이준호, 유재명 등 배우들의 호연과 영화적 연출이 만나 호평받고 있다.

몰입감을 특히 끌어올리는 건 법정신과 스릴러 장면을 구분한 세심한 시퀀스다. 강승기 촬영감독은 “스릴러를 부각할 때는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해 화면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는 촬영 방식)를 활용한 둔탁한 움직임으로 생생함을 살렸다”며 “반면 법정 장면은 부드러운 무빙으로 배우들의 표정을 잡아내고, 감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청자가 법정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려 했다”고 말했다. 또 “색감도 전자는 블루 톤 위주였다면, 후자는 무채색 위주로 리얼함을 살렸다”고 덧붙였다. 100억가량의 제작비가 들어간 ‘닥터 프리즈너’(KBS2)도 고가의 와이드 스크린용 아나몰픽 렌즈를 활용해 탁월한 색감 등 영화적인 느낌을 구현한 경우다.

미술 감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세트 완성도에 따라 극의 퀄리티는 확연히 달라지기 마련이다. ‘닥터 프리즈너’는 첫 회부터 신선한 감옥 모습으로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다. 황의경 CP는 “교도소 외경을 제외하곤 대부분 세트로, 사실감과 창조성을 조화시키려 했다”고 했다. 그는 “카메라 무빙의 용이함과 극의 입체성을 살리기 위해 국내엔 흔치 않은 복층 구조 교도소를 설계했다. 감옥 벽에 회색이 아닌 붉은 계열의 색을 덧입힌 것도 전체 분위기를 일반 범죄물과 차별화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박민영 김재욱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그녀의 사생활’(tvN)은 미술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극에 담기는 미술작품 선정에도 신경을 쏟았다. 이상희 PD는 “갤러리, 미술가들과 협의하는 과정을 두루 거친다. 8회까지 미술 작품 100여개가 선보일 예정이다. 실제 미술관같은 세팅과 캐릭터들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그림 선정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양질의 극을 안방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로 인해 시장이 넓어졌고, 제작 기술도 급격히 발달했다.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의 증가 등 여러 배경이 제작자들의 창작욕을 끌어올리는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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