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왼쪽) 원내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보좌진이 25일 오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제출되지 못하도록 국회 의안과 앞을 막고 “독재 타도, 헌법 수호” 구호를 외치며 국회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위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시도가 25일 심야 대치와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악의 ‘동물국회’였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점거와 봉쇄 등 실력 행사에 들어갔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경호권까지 발동했다. 국회 경호권이 발동된 것은 1986년 12대 국회 이후 33년 만이다. 국회의사당 곳곳은 불법 집회·시위 현장을 방불케 했다.

문 의장은 오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팩스로 제출한 오신환 의원의 국회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 안을 허가했다. 유승민 의원 등 옛 바른정당 의원들이 사·보임에 강력 반발하자 ‘팩스 제출’과 ‘병상 결재’라는 우회로를 만든 것이다.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이 각각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개특위 회의실과 사개특위 회의실을 오전부터 점거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회의실 앞에 모여 “밀실야합 철회하라” “좌파독재 장기집권 음모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 의원 10여명은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이 오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되자 채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채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의 이동 저지 탓에 6시간 넘게 사무실에 갇혀 있다가 오후 3시15분쯤에야 가까스로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양당 사개특위 위원 등은 오후 운영위원장실에 모여 사법개혁 법안의 최종 조율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양당 간 법안 조율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안에 대해 바른미래당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 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히자 당 지도부는 권 의원마저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후 곧바로 공수처 설치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이후 한국당은 검·경 수사권 등 나머지 법안이 제출되지 못하도록 국회 의안과를 점거했다. 이후 오후 늦게까지 회의를 개최하려는 민주당과 저지하려는 한국당 사이에서 몸싸움, 고성, 삿대질이 난무했다.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충돌은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오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에서 사임시키고 채 의원을 대신 임명하겠다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요청을 허가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두 의원의 사·보임과 관련해 “오늘 대한민국 국회는 죽었다고 선언한다”며 “(사·보임을) 허가한 국회의장은 이제 대한민국 의회 치욕의 날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가 자행하는 폭력 사태는 징역 5년 또는 벌금 1000만원까지 해당하는 아주 엄중한 범죄 행위”라며 “반드시 오늘의 불법 행위 폭력행위에 대해서 고발하고, 그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임성수 심희정 김성훈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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