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효숙 (11) 사춘기 두 딸 키울 때 교회 공동체가 큰 힘

분별력 없이 열성 다한 신앙생활 믿었던 친구의 거짓말과 배신으로 나를 멈추고 성숙해지는 계기 돼

홍콩제일교회에서 중국으로 단기선교갔을 때 찍은 사진으로,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강효숙 이사다.

수진이의 마음을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한 건 나중이었다. 수진이는 모델을 몇 번 한 뒤 먹는 것, 입는 것에 신경 쓰더니 이내 친구들의 말 한마디에도 감정의 굴곡이 많아졌다. 주위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수진에게 왜 그러느냐고 물어도 봤지만, 싸늘한 반응이 돌아와 제대로 씨름도 해 보지 못했다.

수진이는 미국 예일대에 보란 듯이 합격했고 코네티컷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저 자랑스럽기만 했던 딸이니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갖고 살았는지 잘 모른 채, 그저 모든 것을 알아서 잘하겠지 하며 떠나보냈다.

그 아이의 마음속 멍이 그리 깊은 줄 몰랐다. 나중에 그런 사고가 날 줄은 꿈도 못 꾸고 자랑스럽기만 했다. 내가 주님 안에서 성숙했더라면 세상이 주는 성공이라는 가치에 도취해있지 말았어야 했는데…. 세상에서 성공해야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위만 바라보고 달리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돌아온 탕자’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 자신을 돌아온 탕자로 여겨 기쁘게 생각했다. 하지만 수진이의 사고 후에는 집 나간 탕자보다 집에 남아있는 큰아들에 대한 묵상이 더 깊어지고 가슴이 아프다.

홍콩에서 혼자 사춘기의 두 아이를 키우고 대학에 보내는 동안 가장 큰 힘이 돼준 건 교회 공동체였다. 남편으로부터 독립해 운영한 사업체도 그 시절 홍콩의 호경기와 맞닿아 안정되면서 물질적으로도 풍성해졌다. 그동안 하나님을 부인하던 나를 지켜보며 기다려주시고 구원해주신 은혜에 감사해 나는 교회나 성도들을 열심히 섬겼다.

한번 꽂히면 직진하는 내 성격대로 신앙생활을 하던 중 내 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홍콩에서 나를 처음 전도했던 친구는 사람들을 모아 성경공부, 큐티를 인도하고 있었다. 나는 그 친구가 인도하는 성경공부반에 선교헌금 감사헌금도 드리고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손발 걷고 친구를 도왔다. 예수님을 알게 해 준 기쁨으로, 분별력 없이 열성을 냈던 것이다. 그런데 1년쯤 지나 여기저기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 친구가 헌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선교할 목적이라며 여러 사람에게서 돈을 빌려 갔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일도 있었다. 이화여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는 친구의 말도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그 친구와 엮여 있는 상황에서 인간적으로 참 당혹스러웠다.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이해할 수 있는 일보다 훨씬 많이 일어난다. 그런 사람을 통해서라도 하나님을 만나게 하셨다니,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참으로 바쁘셨나 보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목회자의 지도 없이 이뤄지는 활동이 위험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 후 홍콩제일교회 김성복 목사님으로부터 차근차근 예수님에 대해 배우고 제자훈련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의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교회 비전에 따라 중국 소수민족 단기선교를 다니며 다른 세상을 체험하고 성숙해질 수 있었다. 2001년 교회에 강사로 오신 최일도 목사님을 통해 기독교 영성을 접하고 영성수련프로그램 참석차 서울을 자주 방문하게 됐다.

그새 수진이는 대학을 졸업한 뒤 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에 취직했다. 상해로 발령받아 그곳에 있던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1년간 재미있게 지냈다. 그러던 중 한 친구의 추천으로 HSBC의 글로벌매니지먼트 부로 입사했다. 수진이는 영국 런던 근교의 소도시에서 훈련받기 위해 2008년 9월 런던으로 떠났다.

정리=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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