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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 감성노트] 질투는 나의 힘

질투란 자기 운명을 더 나은 쪽으로 밀고 가는 힘… 목표 있다는 뜻이니 건강의 징표이기도


큰 시험을 앞둔 학생이 불안하다며 찾아왔다. 불안감을 느낀다고 해서 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무엇 때문에 힘든지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그 학생은 “옆자리에 앉은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해져서 집중할 수가 없어요”라고 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면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고, 경쟁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알게 모르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그 학생은 이런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공부하기에도 모자랄 텐데, 없는 시간 쪼개서 정신과까지 찾아온 걸 보면 뭔가 숨겨진 다른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니, 조금 더 자세히 그의 마음을 들어 보고 싶었다. “공부 잘하는 친구들에 대한 질투가 심해요. 나는 왜 이것 밖에 안 되나 싶어서 괴로워요. 안정제라도 먹어서 마음이 편해지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응당 느껴야 하는 감정조차 마음에서 지워 버리고 싶어 했다.

질투는 “내가 갈망하는 것을 다른 누군가가 가지고 있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질투를 느끼면 괴롭다.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선망하는 대상을 미워하게 된다. 질투를 나쁜 것으로 취급하기도 하지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정상적인 감정이다. 성격이 모나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인성 교육으로 없애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문화권에서 관찰되는 보편적 정서다. 인간뿐 아니라 꼬리감는원숭이도 질투를 느낀다. 동물에게 질투심은 번식의 기회를 뺏기지 않도록 경계심을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

인간에게 질투란 자신의 운명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밀고 가는 힘이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어!”하는 마음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현재 상태에 머물지 말고 도전하라는 마음의 명령이다. 질투라는 감정이 없었다면 인류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는 질투 같은 건 안 느껴”라고 한다면, 인간 심리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거나 거짓말쟁이라고 봐도 된다.

인간은 결정돼 있는 존재가 아니다. 현실과 가능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가능적 존재다. 가능적 존재로서의 인간에게는 불쾌한 감정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 현재의 자신과 이상적 자기 사이에 괴리가 클수록 고통도 커진다. 이것이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실현을 위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혹은 반드시 느껴야 할 감정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성장을 가로막는다.

불쾌감 없이 유쾌한 감정만 느끼며 살 수는 없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면 긴장해야 한다. 불안했지만 ‘잘 견뎌냈다’라는 경험이 쌓여야 마음의 맷집도 길러진다. 불안을 느낄 때마다 자기 마음이 허약해서 그렇다고 여기면 자존감은 낮아진다.

슬픔을 두려워하면 진심으로 기뻐할 수 없다. 불안해도 용기를 가질 수 있다. 불안과 용기는 항상 공존한다. 불안이 클수록 용기도 커지게 마련이다. 그 자체로 나쁜 감정은 없다. 나쁘다는 것은 단지 생각일 뿐이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질투심과 악한 시기심은 구별해야 한다. 남이 가진 것이 탐나서 뺏으려고 하면 시기심이다. 시기심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미 갖고 있는 사람을 비난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악한 시기심은 나만 갖고, 남은 갖지 못하기를 바라는 감정이다. 정상적인 질투심을 악한 시기심으로 변질시키는 사회도 문제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교육해 놓고, 막상 젊은이들이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더니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면 그들 마음속에 시기심이 자라날 수밖에 없다.

질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가장 하고 싶은 것, 가장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제일 정확한 신호다. 질투를 느끼는 건 도달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는 뜻이니까, 심리적으로 건강하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감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반응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는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불안하더라도,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중요한 것을 향해 시선을 똑바로 겨눠야 한다.

“진정 소중한 것을 위해 지금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질투를 느끼는 대상이 있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질투는 그렇게 하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김병수 정신과 전문의

김병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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