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샛강에서

[샛강에서-정진영] 목사님의 굿 샷

여가에 골프 치는 목회자들 갈수록 늘어… 즐기되 지나치지 않는 경계의 끈 놓지 않아야


완연한 봄, 골퍼가 반기는 계절이다. ‘4·19부터 10·26까지’라는 대표적인 골프 유언(流言)이 있다. 4월 19일부터 10월 26일까지가 1년 중 골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기간이란 뜻이다.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빗대 골프 성수기를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 명구(名句)로 회자되고 있다.

2017년 한 해 국내 골프장 이용객이 3600만명을 넘는 등 골프가 더 이상 호화사치의 주범격으로 비난받을 단계는 지났다. 비용과 시간 등을 감안할 때 대중화됐다고 하기엔 무리나 골프를 친다는 것만으로 비난받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다.

골프 바람은 한국교회에도 예외가 아니다. 골프를 즐기는 목사, 교계 관계자 등이 적지 않다. 이들이 여가 활동으로 골프를 꼽은 응답 비율이 높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됐다. 수도권 교회의 한 담임목사는 “골프를 좋아하는 100여명의 목사들이 카카오톡에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일정을 맞춰 함께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회와 무관한 골프동호회에 가입해 열성적으로 참가하는 목사들까지 눈에 띈다. 교회 내의 골프모임을 통해 담임목사와 장로, 집사 등이 정례적 라운딩을 하는 곳이 꽤 있다. 담임목사들은 신도들의 권유로 골프를 처음 접하곤 한다. 목회자들끼리는 교회 휴무일인 월요일에 주로 골프를 친다. 이날 목회자들에게 그린피(골프장 이용요금)를 특별할인해 주는 골프장이 있다. 대표가 장로인 한 골프장은 월요일이 아닌 주중에도 목회자는 그린피를 깎아준다. 경기 북부의 골프장 사장인 집사는 교회 관련 행사 때 수십팀의 부킹(예약)을 성사시킨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단체부킹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안다.

골프는 목회자들에게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목회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본인의 여건이 허락하면 목회자라고 골프를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다. 건강을 지키는 취미생활을 동력으로 삼아 목회에 더 매진할 수 있다면 권장할 만하다. 간혹 목회자들과 골프를 치면서 이들이 자신들의 교회 소식이나 교단 정보 등을 서로 나누고 선후배 목회자들의 안부와 근황을 확인하는 화기애애한 모습을 봤다. 목회자가 골프를 선용한 여러 사례가 있다. 신지애 선수의 부친은 딸을 세계적 프로골퍼로 키운 대표적 ‘골프 대디’다. 골프광인 어떤 목사는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골프 세미프로 자격을 따도록 가르쳐 취업을 시켰다.

그러나 목회자와 골프 사이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본인이 골프를 좋아한다고 신도들 앞에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주요 교단 총회장을 지낸 한 담임목사는 주일 대예배 설교시간에 몇 번이나 골프를 신앙생활에 비유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골프의 장점을 자주 말하는 바람에 논란을 증폭시켰다. 수년 전 한 목사는 목회활동비를 골프비용에 과도하게 지출했다는 지적을 받고 오랫동안 시달렸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다수는 최저생계비에 간당간당하는 사례비를 받는 게 현실이다. 신도들 가운데서도 골프를 칠 형편이 안 되는 비율이 훨씬 높다. 골프에 관한 한 평신도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여전하다는 점을 간과하다가는 비판받기 쉽다. 골프로 인해 담임목사와 신도들 사이에 골이 생길 소지가 있다. 사소한 얘기 같지만 의외로 골프 에티켓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목회자들을 경험했다. 캐디들에게 스스럼없이 반말하거나 샷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동반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면 이분들이 목회자 맞나 싶었다. 교회에서 대접받던 습성이 몸에 배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골프는 양면성이 있는 취미요 스포츠다. 부정적으로 볼 수도,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목회자와 골프의 상관관계도 마찬가지다. 전적으로 본인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론은 과유불급이다. 즐기되 지나침을 경계해야 한다. 골프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동시에 삼가는 마음을 잃지 않아야 된다. 목사님의 ‘굿 샷’이 필드 위에서만이 아니라 목회 과정에서 선순환이 되도록 해야겠다. 골퍼이기 이전에 목회자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간혹 후자를 깜빡 잊는 경우가 있다. 한국교회 앞에 현안이 많은데 한가롭게 골프 얘기나 한다고 지적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인다.

정진영 종교국장 jyj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