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표방한 ‘미국 우선주의’를 일종의 레토릭으로 봤던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국제사회가 복잡다기하게 얽혀 있으며 나라마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트럼프가 협상 과정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했다. 대개 국가 간 협상에서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고 패전 책임을 준엄하게 묻는 자리가 아니면 당사국끼리 이견을 조율한다.

트럼프는 이런 관례를 과감하게 걷어찼다. 미국 우선주의를 관철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G2도 아니고 G1인 미국이 힘으로 전 세계를 쥐락펴락했다. 수십년간 끈끈한 유대를 맺어온 혈맹도 동맹도 트럼프의 안중에는 없었다. 미국에 손해를 끼치는 나라라고 판단하면 적국이나 속국처럼 대했다. 경제력과 군사력을 양손에 쥐고 전 세계를 상대로 전례 없는 압박을 가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피아도 식별하지 않고 거칠게 몰아쳤다. 상대방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든지 말든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장사치의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할 때에도 한국에 터무니없는 분담금을 강요했다. 그 결과 한국은 올해 전년보다 8.2% 오른 1조389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협정 적용 기간도 5년에서 1년으로 줄어 앞으로 한국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미국 행정부는 동맹국이 주둔비의 150%(주둔비+50%)를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는 방안을 언론에 흘리기까지 했다.

급기야 트럼프는 잘못된 수치를 인용하며 한국을 몰아세웠다. 그는 최근 정치 유세에서 “우리가 50억 달러를 쓰는데 이 나라는 5억 달러를 지불한다”면서 “그 나라는 부자인데도 우리가 방어비용으로 45억 달러를 손해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내가 (내년에) 더 많이 달라고 전화하겠다고 했다. 그들은 꼭 지불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발언 맥락으로 볼 때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가 주장한 ‘50억 달러와 5억 달러’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를 50%씩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를 향해 배수진이라도 쳐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봉이 아니다.

염성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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