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효숙 (15) 2주간 생사 넘나들던 딸… “주님, 살려만 주세요”

수면제 과다 복용… 구급차 도착했을 땐 이미 호흡 없어 심폐소생술 8번 시도 끝에 숨쉬어

큰딸 수현이의 아들 돌잔치 때 수진이(왼쪽)와 가족들이 함께 찍은 기념 사진이다. 가족 모임을 비롯해 수진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항상 같이 데리고 간다.

수진이는 영국에서 뉴욕으로 돌아온 후 정신과에 다니며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빠의 죽음이 수진이의 발목을 붙들었다. 2011년 5월 언니 수현이가 결혼한 뒤 혼자 생활하던 중이었다. 10월 10일 그날 밤에도 언니와 전화를 하다 잠이 안 온다며 걱정하더니 수면제를 정량보다 더 복용했던 모양이다.

나는 지옥 같은 비행 끝에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의 설명으로는 새벽 2시쯤 수진이가 911로 전화를 걸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고 말한 뒤 쓰러졌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추적해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는 30분이 걸렸다. 구급대원들이 도착해보니 수진이는 아파트를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쓰러져 있었다.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구급대원들은 보통 2번, 많으면 4번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수진이 기록엔 8번을 시도해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한 뒤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고 돼 있었다. 수진이는 산소호흡기를 꽂고 2주간 생사의 문턱을 오갔다. 나는 그저 “살려만 주셔요. 살려만 주십시요” 소리 지르고 울며 불며 기도했다.

2주 후 이젠 생명에 지장이 없다며 호흡기를 떼고 난 후에야 비로소 하나님께 여쭤볼 수 있었다. “하나님, 이 아이의 우울증을 좀 거둬달라고 기도했는데 무슨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아버지, 앞으로 어찌 해야 좋을까요.” 계속 물으며 기도할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묻고 물어도 잠잠하신 하나님…. 어느 날 내 마음 저 밑에서 드는 생각이 “그렇게 괴로워하던 때보다 오히려 지금이 수진이의 영혼이 더 편하지 않을까”하는 속삭임이 들렸다. 하나님의 음성이라 믿었다.

그 후 많은 날을 울며 지냈다. 운다고 수진이가 회복돼 일어나는 게 아니라면 매일 이렇게 징징거리며 사는 게 바람직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진이의 얼굴은 평화로웠다. 수진이를 진료한 유명한 유대인 뇌전문의가 설명했다. 인간의 뇌는 우리의 얼굴과 같이 어느 누구도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 않아 다른 장기처럼 X-레이나 정밀 검사로 모든 것을 알 수 없다고, 10~15% 알고 있는 수준이라고, 그래서 비슷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모아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겸하고 있다고, 그러면서 나머지는 그분의 소관이라고, 기적은 있다고 얘기했다.

나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소망을 붙들었다. 마음을 되잡고 수진이의 영은 분명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 텐데 그럼 난 어떤 태도로 이 아이를 대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수진이는 평소 그랬던 것처럼 엄마가 하던대로 유쾌하고 씩씩하게 살기를 원할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마음을 가득 채웠던 어둠이 점점 옅어졌다. 이제 눈 뜨는 것 하나, 재활 받으러 가면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것 하나, 모든 것이 감사할 뿐이었다. 내 마음에 일어난 놀라운 기적이었다.

두 달 쯤 되도록 아이가 눈으로 보지 못했다. 안과의사는 사람이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7000여개의 신경이 조화롭게 배치돼야 하기 때문에 몇 개월이 걸릴 수도, 아예 못볼 수도 있다고 했다. ‘아, 7000개의 신경이?’ 동시에 내가 이제껏 보고 듣고 먹을 수 있는 모든 일상이 기적이었음을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것이 주어졌을 때만 기적이라고 기뻐했었는데….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나니 자극에 눈을 깜빡이며 시력이 회복됐다. 그때의 감사는 보통 때의 감사와는 차원이 다른 깊고도 깊은 감사였다.

정리=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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