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발하는 건 검찰 기득권 유지하려는 의도
검·경 정치적 중립성 강화와 경찰권 남용 견제 장치 추가 등 보완 필요하지만 법안 뼈대 흔들려선 안 돼


문무일 검찰총장이 1일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 개혁 관련 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문 총장은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해외 출장 중에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이런 내용의 입장문을 낸 것을 보면 설마설마 했던 패스트트랙 지정이 현실화된 데 대한 검찰의 당혹감과 다급함이 느껴진다. 문 총장이 지적한 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함께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이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오른 두 법안은 경찰에게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폐지했다.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경찰 신문조서와 마찬가지로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쓸 수 없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을 때는 경찰이 관할 고등검찰청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다. 경찰의 수사 재량을 대폭 늘리고 검찰의 권한은 줄여 검·경이 수평적이고 상호협력적 관계를 갖도록 한 것이다. 검찰 상급 기관인 법무부와 경찰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가 청와대의 주도로 논의한 끝에 지난해 6월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과 대동소이하다.

당시 합의를 토대로 국회에서 입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개혁 대상인 검찰의 수장이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검찰에서는 문 총장이 사퇴까지 불사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문 총장의 반발에는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과 검사의 대화 장면이 겹쳐진다. 40대 여성 번호사인 강금실씨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하고 검찰 개혁을 추진하려는 대통령에게 전국에서 선발된 젊은 ‘엘리트’ 검사들이 적의를 드러내며 날선 공격을 퍼부어대던 모습은 참담하고 충격적이었다. 최고 권력자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검사들이라고 평가한 이들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TV 중계로 지켜보면서 검찰의 오만함과 조직 이기주의에 절망감을 느꼈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렀지만 검찰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행정부의 차관급 기관장이 임명권자인 청와대와 입법기관인 국회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것은 다른 기관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의 오만함은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인 무소불위의 권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 검찰은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등 형사사법과 관련된 핵심 권한들을 독점해 왔다. 민주적 법질서 확립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때로는 정치·경제 권력에 편승해 비리를 축소·은폐하거나 무리한 수사를 벌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에서 보듯 기소독점권을 악용해 검찰 내부 비리에는 눈을 감기도 했다. 정치권력에 줄을 대고, 때로는 거래할 수 있었던 건 검찰이 그럴만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개혁 대상이 된 것은 자초한 일이다.

문 총장은 입장문에서 ‘민주주의 원칙’ ‘국민 기본권 보호’를 얘기했지만 실상은 기득권 축소에 대한 검찰 조직의 반발을 대변하고자 총대를 맨 것 아닌가. 이번 사태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재확인시켜 줬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형사사법 관련 권한을 분산시켜 관련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꾀하자는 것이다. 법안대로 수사권이 조정되더라도 검찰은 기소권과 영장청구권을 독점한다.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등 중요 범죄와 경찰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범한 범죄 등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대부분 기소권만 갖고 있는 외국 검찰에 비해서는 여전히 권한이 막강하다. 경찰이 비대해져 거대권력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법안에 다양한 견제장치들을 두고 있어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검찰은 공소유지나 영장 청구 판단에 필요한 때에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응해야 하고 처리결과를 검사에게 알려야 한다. 검사의 정당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검찰은 해당 사법경찰관에 대한 직무 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법령을 위반하거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을 한 경우나 이에 대한 신고가 들어올 경우 검찰은 경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했다. 경찰의 1차 수사권을 “통제받지 않는”이라고 한 문 총장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검찰이 미워서 수사권 조정을 하자는 게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막고 공정한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검·경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경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장치를 추가하는 등 보완은 필요하겠지만 검찰 권한 분산이란 법안 뼈대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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