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CCTV가 모은 정보 AI가 판단, 현장에 분주함 사라졌다

[연중기획] 한국 인더스트리 4.0 ⑤ 포스코 인공지능 제철소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열연공장 직원들이 통합운전실에서 스마트 CCTV를 이용해 압연 및 가열로 공정 작업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포항=최현규 기자

‘資源(자원)은 유한, 創意(창의)는 무한.’

지난달 25일 찾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에 적힌 커다란 표어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제철보국 신화를 일군 압도적 규모의 철강 설비보다 더 큰 자산은 무한한 창의력이라는 발상에서 ‘인더스트리 4.0, 제조업 혁신’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포스코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제철소를 구축,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철강경쟁력 강화라는 새로운 ‘창의’를 모색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제2열연공장은 정보통신(IT)과 융복합기술이 어우러져 최고 품질의 제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공급하는 포스코 스마트팩토리 실험의 최전선이다.

압연 공정에 사용된 롤러들이 자동화 시설에 의해 세척돼 재사용을 준비하는 모습. 스마트공장 구현으로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는 작업자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포항=최현규 기자

압연라인만 1㎞에 달하는 열연공장 내부, 긴 레일과 사용 후 세척 중인 롤러 등 각종 기기가 가득 차 있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자동화된 시스템에다 세부 공정 내 1차적 데이터 수집 및 판단을 스마트 CCTV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지능형 스마트 CCTV’의 핵심은 문자, 형상, 모션, 열·화상, 구역을 인식하는 상용영상 해석기술에 설비, 재료, 조업 등의 제철소 맞춤 정보를 학습시킨 데 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육안으로 판단하거나 아날로그 CCTV를 통한 원격 모니터링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혁신은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로 변환해 대량으로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스마트 CCTV는 현장 상황을 자동 감지하고 이를 안전·품질·조업 분석에 활용 가능하도록 데이터화한다. 이 정보들이 구글 알파고와 마찬가지로 ‘딥러닝’ 방식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축적되며 관리자에게도 전달된다. 디지털 데이터값이 ‘포스프레임’(PosFrame·포스코 고유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거쳐 알고리즘화돼 인공지능(AI)이 상황에 맞는 최적의 판단값을 작업자에게 제공한다.

때문에 작업자들은 각종 컴퓨터와 모니터, 컨트롤러 등이 즐비한 ‘통합운전실’에 집중 배치돼 있었다. 새빨갛게 달궈진 슬래브(철강 반제품)가 1㎞ 넘는 압연라인에서 압축되는 동안 공정 컨트롤은 10평 남짓한 통합운전실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AI가 일단 공정 전반을 모니터링하며 수십 개의 모니터에 각종 데이터를 송출하고 이상 시 알람을 통해 알린다. 작업자들은 이를 모니터링하다가 필요시 컨트롤러로 조절해 공정을 원활하게 유지한다.

포스코 스마트팩토리 사업 초창기부터 중추 역할을 담당해온 정태기 2열연공장 공장장은 “기존에는 가열로 파트와 압연 파트가 분리돼 있었고 작업자들이 현장에 상당수 상주했지만 이제는 통합운전실로 합쳐져 원격으로 운용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컨트롤룸의 각종 설비는 현재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스마트 공정이 늘어나면서 증설됐고, 배치 인력도 늘었다. 정 공장장은 “스마트 CCTV 도입 후 로스(손실)가 30% 이상 줄었다”며 “수동 제어 부분을 AI가 정교하게 컨트롤하고, 판단 준거가 되는 다양한 1차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작업자들도 더 큰 그림을 보고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업 방식 업그레이드로 현장 위주의 분주함이 사라지면서 노동 강도가 현저히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높아졌다.

포스코는 포항 및 광양의 시범 공장을 대상으로 기존 아날로그 CCTV의 스마트화 및 신규 고화질 CCTV 설치 작업을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CCTV를 제철소 전 공장으로 확대 적용해 설비 효율화 및 품질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딥러닝 알고리즘을 추가로 탑재하고 영상 인식률을 98%까지 높이는 등 관련 인프라를 더욱 고도화해가고 있다.

AI 발전과 제조업 혁신 도래는 인력 구조조정 및 ‘노동의 종말’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정 공장장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더 빠르게 (스마트화를) 진행할 수 있지만 근무자들을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년 내 관련 설비와 데이터가 전부 디지털로 바뀌면 보다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팩토리가 구현된다”면서도 “결국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한다. 노동의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일 뿐 (AI 시대에도) 사람의 역할은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포항=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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