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예상된 일이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논의 국면마다 ‘경찰의 비대화’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는 데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바람과는 거리가 먼 수사권 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수장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나서서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문 총장의 반기는 예고돼왔다는 분석이 많다. 그간의 행보를 볼 때 그의 반발은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얘기다. 그는 임명장을 받던 날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역할을 당부하는 자리에서 ‘입장의 차이’를 암시하는 한시를 읊었다. 소신을 숨기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검찰이 수사권 조정법안에서 가장 크게 문제삼는 것은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 부분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본질적 내용이다. 현재 검찰은 사건 송치 전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면 사건을 반드시 검찰에 넘겨야 한다. 반면 개정 법안은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도록 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권한이 대폭 늘어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사라지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두고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는 것은 사실상 소추(법원에 심판을 신청) 결정권을 갖게 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문 총장은 지난 1일 입장문에서 “(개정 법안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며 경찰의 1차 수사권을 직접 겨냥했다.

검찰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 신문조서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도 문제삼는다. 검찰 내부에선 지난해 6월 정부의 검·경 수사권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 부분이 포함된 것을 두고 격앙된 목소리가 높다. 이는 검찰의 반발을 촉발하는 ‘촉매’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2일 “개정 법안은 검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을 없애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그동안 실효적 자치경찰제 도입과 정보경찰 개혁 등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주장해왔다. 지방경찰청의 행정 기능과 경찰서 이하 단위는 자치경찰이 담당하도록 하는 실효적 자치경찰이 실현돼야 경찰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불법 정치 개입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보경찰’도 반드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총장은 지난해 3월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동향 정보나 정책 정보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건 민주국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국회의 수사권 조정법안에 자치경찰제와 정보경찰 개혁 등에 관한 내용이 빠졌고, 검찰은 결국 ‘폭발’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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