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20~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게임중독을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라는 명칭을 붙여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표준질병분류11판(ICD-11)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총회에서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ICD-11은 오는 2022년부터 각국에서 효력이 발생한다.

게임사용장애의 질병코드 신설을 놓고 의료계와 게임업계의 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독포럼 등은 WHO의 질병코드 도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지나친 게임 이용으로 인한 정신 및 신체 건강 문제에 대한 공중보건학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WHO는 2014년부터 디지털기기 과다 사용에 의한 건강문제의 국제적 대응을 논의해 왔고 지난해 5월 ICD-11에 올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WHO가 최종적으로 게임사용장애를 질병으로 확정하면 이를 바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이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도 게임사용장애 항목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게임산업계와 관련 학회, 단체 등은 최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WHO에 게임중독의 질병코드화에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이들은 “게임이 정신질환의 원인으로 분류되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져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고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진단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에게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비슷한 입장을 WHO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WHO의 행위중독 대응 태스크포스(TF) 한국위원인 이해국 가톨릭의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6일 “게임사용장애는 게임 자체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 등의 가치 판단을 하기보다 게임을 ‘부적응적 혹은 병적’으로 사용하는 상태를 말한다”면서 “게임사용장애 진단이 생긴다고 해서 게임 자체를 중독 유발물질처럼 취급할 것이라는 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민 반응”이라고 말했다.

또 “WHO가 제시한 진단기준을 적용할 경우 게임사용장애 유병률은 1~2%로 추정된다”면서 “모든 게이머를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만들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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