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합류하면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24편이 됐다. 2003년 ‘실미도’가 테이프를 끊은 뒤 16년이 흘렀으니 1년에 1.5편꼴로 대박이 났다. 해마다 1000만 영화가 나왔던 것은 아니다. 2007·2008년과 2010·2011년은 한 편도 없었던 반면 2014년에는 네 편(겨울왕국·인터스텔라·명량·국제시장)이나 배출됐다. 전자의 두 시기는 공교롭게 경제위기 상황과 겹치는데, 세월호 참사로 침체됐던 해에 최다 1000만 영화가 나온 걸 보면 사회경제 요인과 대박 흥행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아 보인다. 개봉 시기는 편중돼 있었다. 24편 중 10편이 12~2월 겨울에, 9편이 7~8월 여름에 개봉했다. 하지만 ‘광해, 왕이 된 남자’(9월) ‘인터스텔라’(11월) ‘어벤져스’ 시리즈(세 편 모두 4월)는 방학철 대목이 아닌데도 1000만을 달성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블록버스터가 많이 포진했지만 중·저예산 영화도 여럿 눈에 띈다. ‘극한직업’은 65억원의 순제작비로 역대 흥행 2위에 올랐고 ‘7번방의 선물’은 1000만 영화 중 최저인 35억원을 들였다. ‘왕의 남자’ ‘광해…’ 등도 100억원을 넘지 않았다. 장르는 다양했다. ‘명량’을 비롯한 사극이 3편, ‘변호인’ ‘택시운전사’ ‘암살’ 등 시대물이 6편, ‘베테랑’ ‘도둑들’ 같은 코믹액션 3편, ‘아바타’ ‘인터스텔라’등 SF 2편, 판타지물인 ‘신과 함께’ 시리즈와 ‘어벤져스’ 시리즈, 좀비영화 ‘부산행’, 재난영화 ‘해운대’,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등이 있었다. 영화의 두 가지 흥행 요소로 흔히 재미와 감동을 꼽는다. 이 둘을 각각 대표하는 영화가 1000만 리스트 1, 2위에 나란히 올라 있다. ‘명량’은 1760만명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 5년째 흥행 1위를 지키고 있고, 철저하게 재미를 추구한 ‘극한직업’은 1620만명을 스크린 앞에 모았다.

24편이나 사례가 축적됐으니 1000만 영화의 공식을 추출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리스트의 행간은 이렇듯 생각보다 산만하다. 일관된 흐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거액을 들이고 대목에 맞춰 개봉해 재미나 감동을 선사하면 될 것 같지만 ‘군함도’처럼 그렇게 만들고도 실패한 영화가 부지기수로 많았다. 1000만 관객이 흥행 지표가 되면서 1000만을 겨냥해 영화를 만들다 보니 스크린 독과점 같은 논란만 커진다. 차라리 스토리의 힘을 믿고 다양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어설픈 1000만 공식보다 더 확률 높은 베팅이지 않을까.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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