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효숙 (17·끝) 정답 없는 삶, 늘 믿는 사람답게 살 수 있게 기도

삶을 돌아보면 어떤 길 선택하든 그 길에서 최선을 주시는 하나님… 세상에 두려운 것 없이 자유로워

지난해 3월 미국의 팀 켈러 목사가 한국에 와서 ‘고통에 답하다’ 라는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강효숙 콩두 이사가 패널로 참석해 그간의 삶과 고통의 의미를 나누고 있다.

수진이를 데리고 서울에 돌아온 이후 만남의 축복이 풍요해졌다. 수진이와 거의 같은 상태인 사모님을 13년째 돌보고 계신 김병년 다드림교회 목사님과 교제를 시작했다. 명절이 되면 간병인 이모님들이 집에 가신다. 그때 목사님은 늘 자녀들과 우리 집을 찾아 함께 명절을 지내 주신다. “환자가 있는 집은 명절이 제일 외롭지요” 하시면서 말이다. 그럴 땐 주님이 찾아오신 듯 푸근하다.

3년 전엔 친구도 아니고 하는 일도 종교도 세대도 다른 4명의 남녀노소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신기하리만큼 조화롭고 잊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그 네 명과 화가 두 분이 합류해 협동조합 ‘누군가의 집’을 세웠다. 우리 집 지하 골방을 문화공간으로 삼아 전시도 하고 강연도 들으면서 귀한 만남의 인연을 이어간다. 미국이나 홍콩에서 흩어져 살던 친구들도 찾아와 같이 울다 웃다 지낸다. 어려울 때에 손 내밀어 주는 우정은 깊은 우물에서 건져 올리는 생수 같다.

돌아보면 나는 전문성 없이 예상치도 않게 이 일 저 일을, 이 나라 저 나라에서 해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어느 것 하나 헛됨 없이 모던 한식 레스토랑 콩두 이사로서 한식을 세계에 알리는 일에 녹여 쓸 수 있게 하셨다. 아버지! 크신 주님을 나는 측량할 수 없지만 어떤 길을 택하든지 그 길에서 최선의 것을 주시는 하나님이심을 고백한다.

뇌병변 1급 판정을 받은 우리 수진이. 나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절망의 터널에 갇혀 있던 시간. 나는 그동안 나의 알량한 체험으로 “당신을 잘 아는 것처럼 교만했지만 난 당신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기도했다. 그때 나에게 환히 드러나 보인 것이 십자가 예수님이셨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사랑이, 아들을 버리기까지 나를, 수진이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감당할 수 없이 깊숙이 다가왔다. 그 사랑의 힘으로 터널을 나왔고,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려놓으니 세상 두려운 것 없이 자유로워졌다.

나의 두 딸은 너무도 달랐다. 지금도 어떻게 키워야 했는지 모르겠다. 삶에 정답은 없다. 누구 하나 똑같은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우리는 밖으로 향했던 우리의 많은 시선을 이제는 나의 내면으로 돌려, 상처 난 곳을 보듬고 지친 나를 위로해야 한다. 소원하기는 내 딸과 손주들이 하나님 안에서 사랑받고 있음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당당하게 예수를 믿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항상 마음에 품고 있는 고린도후서 6장 8~9절 말씀처럼 말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걸작품이라고 외치고 살았다. 하나님은 늘 우리 삶의 퍼즐을 맞추어 가신다. 항상 기쁘고 감사한 빨강색만 원했지만, 그분의 작품에는 까만색 퍼즐도 끼워 맞출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우리 삶이 끝나고 그분의 심판대에 섰을 때 보여주실 걸작품을 기대한다.

아픈 아이를 둔 모든 엄마의 마음처럼 나 또한 우리 아이보다 하루 더 살다 죽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시간이 와서, 하나님이 클릭하시면 수진이가 놀랍게 깨어나리라는 희망을 품고 산다. “하나님, 내가 아직은 이런 상태로 수진이를 누구에게 맡기고 가기엔 두려움이 많아요. 그러니 제가 가기 전에 하나님이 일 좀 해주세요.” 오늘의 시간도 인내하며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기를 기도하며 살아간다.

정리=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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