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내가 내 떼에서 염소 새끼를 주리라”… 밀알의 은혜 펴다

잠비아 뭄브와·총궤사우스 지역을 가다

경북 구미제일감리교회 서기선 목사와 장재구 장로, 이동근 집사(왼쪽 두 번째부터)가 지난달 30일 아프리카 잠비아 뭄브와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염소를 전달하고 있다. 염소는 이 지역 주민들에게 아이들의 학비를 마련하고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생계수단이다.

경북 구미제일감리교회 서기선(63) 목사는 지난해 6월 국민일보 지면에서 아프리카에 사랑의 가축 보내기 캠페인 기사를 읽었다. 서울 응암감리교회가 2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아프리카 잠비아 뭄브와 지역 극빈층 가정에 800마리의 염소를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염소는 젖을 짜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의 학비를 마련하고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생계수단이다. 서 목사는 기사를 보고 월드비전에 연락해 ‘밀알의 기적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밀알의 기적 캠페인은 국민일보와 월드비전이 나눔 확산을 위해 2010년부터 한국의 목회자들과 함께 후원하는 지역을 방문해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8일 서 목사가 아프리카 잠비아행 비행기에 오른 이유다. 같은 교회 장재구(58) 장로와 이동근(59) 집사, 김성수(57) 성도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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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서쪽으로 151㎞ 떨어진 뭄브와(Mumbwa) 지역에 차량을 이용해 두 시간가량 걸려 도착했다. 이곳의 결연아동수는 4700명, 월드비전은 교육과 식수위생, 소득증대, 아동후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치칸다 마을 주민들은 춤을 추며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구미제일감리교회는 앞서 헌신예배를 통해 26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이중 2000만원을 뭄브와 지역 염소은행 프로젝트에, 나머지 600만원은 이 지역과 총궤사우스 지역 학교들에 학용품과 옥수수가루 등을 사서 지원했다. 염소는 5~6개월이면 새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 태어난 염소를 다른 가정에 분양하고, 여기에서 또다시 다른 가정으로 퍼져나간다. 수혜자는 소년·소녀가장이나 여성가장 가구, 고아나 장애인이 있는 가정을 우선적으로 선정한다.

메리 캄베오(29)는 “남편이 트럭 교통사고를 당해 어려움이 있었는데 한국 교회가 도움을 줘서 고마웠다”며 “염소 프로젝트가 가정과 아이들 교육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받은 3마리 염소는 6마리로 늘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가정의 소득을 늘리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정부가축사업을 관장하는 핸드릭스 카베(39)는 “염소 프로젝트 덕분에 이 지역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었고 가정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인식도 늘었다”며 “염소를 길러 여러 가정에 나눠주면서 소득증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튿날인 지난 1일에는 루사카에서 차량으로 1시간 걸리는 총궤사우스(Chongwe South)를 찾았다. 이곳의 결연아동수는 3000명이다. 서 목사 일행은 각각 결연을 맺은 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학용품과 과자, 치약 등을 선물했다. 이곳에선 전날 환영의 노래와 춤을 추며 가난 속에서도 흥겨워하던 초롱초롱한 눈망울들과는 다른 눈동자들을 만났다. 흙으로 지은 초막집 안에 걸려있는 차마 옷이라 부를 수 없는 낡은 천조각들, 누더기 담요, 나무로 쌓아올린 곳에 흩어져 있는 찌그러진 고철 식기류, 흙먼지에 뒤덮인 맨발의 아이들. 그들을 보면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은 ‘하나님은 왜 이리 불공평하신가’였다. 머리카락이 머리를 뚫고 들어가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밀어버리거나 땋아야 하는 흑인들의 불행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어느 목사님의 말처럼 ‘flow(흐름)’로 설명할 수 있을까. 예수님이 이 세상을 떠나면서 과부와 고아들을 돌보라고 하신 것처럼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도록 하기 위해서일까.

서 목사는 만나는 아이들마다 손을 잡고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신다. 하나님을 믿으라”고 했다. 그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에 동참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인 줄 믿는다”며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요한복음 12장 24절 말씀처럼 창대한 열매를 맺게 하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아들만 둘인데 이곳에 와서 딸 하나를 얻었다”며 “가정방문을 했을 때 아이들과 너무 짧게 만나 아쉬웠다. 몽골에 의료선교 갔을 때처럼 홈스테이하면서 아이들과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정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고도 했다.

교인 800여명의 구미제일감리교회는 2017년 몽골에 이어 지난해는 인도네시아로 의료선교를 다녀왔고 올해 추석 때는 필리핀으로 의료선교를 떠날 계획이다. 루사카의 잠비아 월드비전본부에서 11년째 일하고 있다는 에릭 임부와(34)는 “가난한 아이들의 삶이 풍요롭게 변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국제구호단체 한국월드비전은 2006년부터 잠비아에서 뭄브와를 비롯, 카인두, 충고, 마고예, 룽가, 무다냐마, 총궤사우스 등 7개 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뭄브와 지역은 내년에 사업이 종료된다. 학교와 지역의 식수시설을 마련해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산모와 5세 이하 아동의 건강을 돌보며 아이들 교육과 가정의 소득증대 등이 주요 사업이다. 마을의 저축그룹 활동을 장려하고 농업교육을 통해 옥수수뿐만 아니라 콩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도록 함으로써 소득을 늘려주는데도 일조하고 있다.

뭄브와·총궤사우스(잠비아)=글·사진 이명희 부국장 mheel@kmib.co.kr, 영상 제작=장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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