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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김용백] 케어 사건이 말하는 것은

동물보호 활동 자성과 변화 모색해야… 동물권 인식과 이해 확대 위한 노력이 절실


동물 안락사 논란을 일으킨 동물권단체 ‘케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동물보호와 동물권이 어떤 현실에 놓여 있는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는 뭔지 다시 확인하게 한다.

지난달 말 케어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실시됐다. 법원은 “현재 상황에서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경찰은 케어 대표가 동물권을 저버리고 동물보호법을 중대하게 위반해 구속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가 구조된 동물들을 자의적으로 은밀하게 200여 마리나 안락사시킴으로써 상습적 동물학대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동안 고발된 내용을 수사해 동물보호법 위반, 업무상 횡령, 부동산실명법 위반, 기부금품법 위반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했다. 또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됐고 안락사시킨 동물의 개체 수가 많아 사안이 중대하다. 도주 및 증거인멸 등의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이를 인정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피의자의 동물보호법 위반 부분의 피해 결과 내지 정도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면서 “그 경위 등에도 참작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구속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이나 혐의가 사라진 건 아니다. 경찰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렇지만 검경과 법원의 판단이 상당한 차이를 드러내 이 사건의 최종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법원의 영장청구 기각은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원의 첫 판단인 만큼 시사점이 상당하다. 사안의 중대성은커녕 혐의의 확정성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한 셈이다. 이는 케어 대표가 자신의 행위를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줄곧 호소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법원의 ‘다툼의 여지’ ‘참작의 여지’는 드러난 동물보호 실태와 문제에 대한 고려일 수 있다. 동물보호를 법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여건이 현실에 한참 못 미친다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행정 집행에 필요한 인력, 예산, 법적 지원 등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민간 동물권단체들의 활동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 사회의 동물권 인식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걸 드러낸다. 검경과 법원의 인식 차는 차치하고 동물권단체 대표의 행위도 납득하기 어렵다. 케어 대표는 알려질 경우 엄청난 논란과 파장이 일 것을 알면서도 자체 보호소의 공간 부족을 이유로 구조동물들을 안락사시켜 왔다. 그는 “끔찍하게 도살되는 동물의 85%를 구조하고 15%를 인도적으로 안락사시킨 게 동물학대에 해당하는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국내 현실에선 최선의 동물보호 활동이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케어 대표가 현실과 제도를 너무 절망적이고 절대적 한계인 양 규정짓는 건 책임 회피에 다름 아닐 것이다.

케어 사건은 굴지의 동물권단체에서 벌어졌다. 케어 대표가 척박한 현실에서 20년 동안 활동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고민과 갈등이 반영돼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동물보호단체들이라면 검경이 그에게 적용한 혐의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금기사항이어야 한다. 나아가 그간의 활동에 대한 자성과 함께 변화에 따른 정체성 재정립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동물권 개념은 확산되고 이에 기초한 동물보호법도 계속 강화되는 추세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도 개념적으로 ‘사육’에서 ‘양육’으로, 다시 ‘반려’로 인간의 삶이나 사회 속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선택할 수 없는 동물을 보호하는 동물권 확립이나 실현은 결국 인간을 통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동물권에 대한 이해와 인식 확산에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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