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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집에 성화 한 점 걸어볼까?”

기도하는 예수님·성경구절 붓글씨… 진흥문화 ‘기독교 성화 특별전시회’ 가보니…

‘기독교 성화작품 특별전시회’ 현장.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구 천호대로 진흥문화㈜ 빌딩 2층 전시장. 진흥문화 회장 박경진(75·꽃제감리교회) 원로장로가 주최하는 ‘기독교 성화작품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15일까지 열리는 전시회의 부제는 ‘창고 이전 관계로 40여년 소장해온 고가 미술작품 대처분 잔치’다.

70평(231.4㎡) 남짓한 전시장에는 수많은 성화 작품이 정갈하게 정리돼 있었다. 양을 치는 예수님, 바닷가에서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예수님, 기도하는 예수님…. 성화 작품이 대부분이었으나 붓글씨로 써진 성경 구절과 자연 풍경 등을 담은 다양한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신문 광고를 보고 남편과 이곳을 찾은 한 50대 중년 여성은 “집에 들여놓을 성화 작품을 고르고 있다. 평소 구매할 수 없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니 감사하다”고 말했다.

귀를 솔깃하게 하는 이 전시는 어떤 이유로 열리는 것일까. 1976년부터 캘린더 제작 등 기독교 문화 사업을 해온 박 장로는 3년 전 혈액종양암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가격을 문의하는 방문객들을 상담하는 박 장로는 겉으로는 암 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박 장로는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데 한국교회에 나눈다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처음엔 이 작품들을 어떻게 내어주나 망설였다. 그러나 내가 갖고 있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데 여러 곳에서 (작품들이) 제 몫을 하겠구나 싶었다. 한국교회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시장뿐 아니라 4층 사무실에 있는 작품들은 1000여점에 이른다. 박 장로는 40여년간 문화사업을 하면서 화가 서예가 조각가 등 여러 예술인과 교제했다. 특히 기독교 캘린더를 제작할 땐 성화 작가들을 많이 만났다. 캘린더에 들어가는 12장 그림을 넣기 위해 작가의 작품을 직접 구매하며 수집했다.

진흥문화 회장 박경진 장로가 40여 년간 수집한 성화 작품을 한국교회에 나누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박 장로는 “작가의 작품을 사진 찍어서 (캘린더에) 사용하면 작가가 작품을 다른 업체에 줄 수도 있다. 저작권 때문에 작품 원본을 한 장씩 산 게 1000여점 된다”고 했다.

작품들은 대부분 박 장로가 산 가격의 10~30% 정도로 팔리고 있다. 공짜로 주면 값어치가 없어서 이 같은 금액으로 책정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그냥 가지 않고 대부분 구매한다. 주로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전도사 등과 함께 와서 많이 사간다. 개인적으로 오는 성도들도 관심을 보이며 구매한다.

박 장로는 이 건물 4층에서 10년 이상 운영한 ‘한국기독교문화역사관’의 자료들도 2016년 협성대에 기증했다. “그동안 수집한 기독교책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된 이 역사관을 애지중지 여겼는데 학교 발전 등을 위해 모교에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오픈한 협성대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설립을 위해 3억원도 쾌척했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70년대 후반 박 장로가 캘린더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교계엔 기독교 문화가 미미했다. 83년 빚을 내 떠난 유럽여행에서 큰 감동을 받고 기독교 문화 창달에 이바지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당시 유럽에서 산 성화 작품으로 만든 캘린더는 53만부 이상 팔릴 정도로 획기적인 히트 상품이었다. 박 장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남은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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