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 신작 ‘논-픽션’의 한 장면. 영화는 제75회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트리플픽쳐스 제공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영리함이 빛을 발한다. 영화 ‘논-픽션’은 표면적으로는 두 부부의 얽히고설킨 관계에 대한 드라마인데, 한 꺼풀 들춰내면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읽어내는 섬세한 통찰이 드러난다.

극은 다섯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성공한 출판사 편집장 알랭(기욤 까네)과 유명 배우인 아내 셀레나(쥘리에트 비노슈)는 완벽한 부부로 보이지만 남모를 비밀이 있다. 알랭은 함께 일하는 디지털 마케터 로르(크리스타 테렛)와, 셀레나는 작가 레오나르(빈센트 맥케인)와 각각 불륜 중이다.

종이책과 e북 사이에서 고민하는 알랭은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믿는 로르와 설전을 벌이다 특별한 사이로 발전한다. 매너리즘에 빠진 셀레나는 레오나르가 쓴 연애소설의 주인공이 되는 일에 짜릿함을 느낀다. 레오나르의 아내 발레리(노라 함자위)는 남편의 일탈을 쿨하게 눈감아준다.


프랑스 영화에서 흔하디흔한 불륜 설정은 이 작품에서 그야말로 소재에 불과하다. ‘논-픽션’의 진짜 재미는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배어나온다. 특히 알랭과 셀레나 부부가 친구들과 디지털 혁명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장면은 관객의 지적 호기심을 마구 자극한다.

“글은 물질과 분리되면 죽는 거야.” “컴퓨터와 함께 자란 요즘 세대에게는 다르다고.” “그 결과, 분명 글을 덜 읽게 됐지.” “아니, 계속 번성하는 블로그를 봐.” “글을 쓰는 사람만 많은 거지.” “인터넷 덕분에 글을 더 쓰고 말할 자유가 생겼어.” “다 아무 말 대잔치 아니야?”

‘퍼스널 쇼퍼’(2017)로 제69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그 원동력은 디지털 혁명”이라며 “‘논-픽션’은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영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 물살에 몸을 맡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16일 개봉. 107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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