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자습을 하던 고3 때 집까지 뛰어가서 저녁을 먹고 오곤 했다. 꽤 거리가 멀고 비포장 도로에 가파른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었지만 야간자습 시작 시간에 맞추기 위해 한 번도 쉬지 않고 집까지 뛰어갔다. 그러면 땀에 흠뻑 젖곤 했다. 매일 저녁마다 집에 갔다 오는 것이 번거롭고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사실은 이것이 엄청난 축복이었다. 뛰고 나면 왠지 스트레스가 풀리고 공부가 잘되곤 했는데, 야간자습이 끝나고 귀가 시간이 되면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 운동이 뇌 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라는 뇌신경촉진 물질이 많이 생성돼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우리 초·중·고생 체력이 점점 나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알리미가 공개한 2019학년도 학생건강체력평가 결과를 보면 초·중·고생 모두 최근 3년간 5개 등급 가운데 1등급과 2등급 비율은 줄고 4등급과 5등급 비율은 늘었다. 심폐지구력, 근력·근지구력, 순발력, 유연성, 체지방 등이 모두 좋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 체력은 물론 뇌 기능도 좋아진다. 영국 웨일스 카디프 의과대학에서 약 2200명을 대상으로 3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았다. 노인들의 경우 치매 위험도가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60%나 낮았다. 뇌 혈류량이 많아지면 많은 산소와 당분, 영양분이 뇌에 공급돼 신경세포 생성이 촉진될 뿐만 아니라 뇌의 노폐물인 베타 아밀로이드 프로테인이 감소한다. 또 도파민과 베타 엔도르핀이 생성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낮춰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부는 집중력과 기억력도 중요하지만 엉덩이로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오래 앉아 공부를 하려면 체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시카고 네이퍼빌고교는 정규교과 수업 전 강도 높은 0교시 체육수업을 한다. 이 학교는 TIMSS(수학 과학 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에서 과학 1위, 수학 5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아이들이 하루에 적어도 1시간씩 운동할 것을 권고하는 교육지침을 마련했다. 선진국일수록 아이들에게 오래달리기 등 지구력 훈련을 많이 시킨다. 우리도 자녀들이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을 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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