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좌석만큼 자본주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일등석,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으로 등급을 매긴 좌석 구분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각 공간은 철저히 분리되고 서비스는 등급에 따라 차별화된다. 일등석 요금은 대략 비즈니스석의 두 배, 이코노미석의 네 배쯤이다.

요금이 비싸다 보니 일등석은 여객기 전체 좌석의 3%에 불과하다. 기종과 항공사에 따라 다르지만 일등석 좌석수는 10석 안팎이다. 소형 기종엔 일등석이 없다. 일등석을 이용하는 주요 고객은 대기업 회장이나 임원, 연예인 등이라고 한다.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대통령, 국무총리, 부총리, 감사원장, 국무위원, 검찰총장, 군 대장, 그 밖에 국무위원 상당의 보수를 받는 공무원은 해외출장 시 일등석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시종 충북지사의 경우 여비규정에도 불구하고 항상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고 한다.

일등석 승객은 출국에서 귀국까지 항공사가 제공하는 최상의 서비스를 받는다. 온갖 편의시설을 갖춘 전용 라운지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체크인부터 탑승할 때까지 항공사 직원의 에스코트를 받는다. 짐은 비닐이나 플라스틱 커버로 일일이 포장해준다. 독립된 하나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좌석은 180도 수평으로 눕혀지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고급 침구세트와 잠옷, 명품 화장품, 세면도구, 헤드셋 등도 제공된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나오는 이코노미석 기내식과 달리 일등석 기내식은 고급 도자기 그릇으로 서비스된다. 메뉴도 다양해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코스 요리를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다. 컵라면이 아닌 승무원이 직접 끓여주는 라면과 병당 수백 달러를 호가하는 빈티지 와인 등 고급 술도 맛볼 수 있다.

서민에게 그림의 떡인 일등석이 대폭 축소된다.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퍼스트·프레스티지·이코노미 3등급으로 운영하던 27개 국제선 노선을 프레스티지·이코노미 2등급으로 바꾼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9월부터 모든 일등석을 없앤다. 두 항공사의 일등석 평균 탑승률이 20~30%로 저조해 내린 결정이다. 일등석 탔다고 빨리 도착하는 것도 아닌데 세금이나 회삿돈 아닌 제 돈 주고 일등석을 이용할 승객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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