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고통 서린 이 눈빛, 나를 ‘땅끝’으로 이끌다

전 세계 90개 미전도종족 국가서 ‘눈’ 사진에 담은 수지 칠더스

사진=칠더스 사모 제공

눈은 영혼의 창이다. 눈을 보면 그 사람의 감정과 상태 등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히잡을 두른 채 신비롭게 눈만 내보이는 무슬림 여인, 눈망울이 유독 맑은 제3세계 아이들. 아마존과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등 전 세계 90여개 미전도종족 국가를 여행하며 사람들의 눈에 담겨 있는 굶주림과 영혼의 목소리를 사진에 담는 작가가 있다. 하와이 코나 열방대학 대표인 폴 치더스 목사의 아내 수지 칠더스(52) 사모다. 사진으로 영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칠더스 사모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선교적 사진작가인 수지 칠더스 사모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카메라를 들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독일에서 유명한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칠더스 사모가 선교적 사진작가로 전향하게 된 것은 어떤 계기 때문이었을까. 하나님의 콜링이 있었다.

“1997년 서른 살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하나님께 이렇게 말했어요. ‘남은 인생을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저의 사진 기술을 하나님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요.’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사인(sign)을 보여주세요.”

그 기도는 즉각 응답을 받았다. 얼마 후 유명한 사진작가 친구가 파키스탄에 같이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친구는 독일 예수전도단(YWAM)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독일인은 파키스탄에 들어가기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됐는데, 이 과정 중 네팔에 미전도종족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어떻게 평생 예수의 이름을 못 들을 수 있지?’ 복음을 듣지 못한 이들을 향한 깨어진 마음이 평생 사진 선교에 올인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

20년 가까이 극지방을 빼고 리스트에 적은 대부분의 나라를 방문했다. 가장 주력해 온 나라는 네팔과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우물이 많이 필요했다. 사진을 찍고 전시회를 열어서 우물 파는 사역을 이어갔다. 남은 수익금으로는 학교와 의료시설 등을 지원했다.

네팔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한 은행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가졌다. 은행장이 감동을 받아 칠더스 사모에게 왜 이런 일을 하게 됐냐고 물었다. 대화를 나누던 중 은행장이 그 자리에서 하나님을 영접하며 눈물을 흘린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사진은 크리스천뿐 아니라 일반인과도 연결해주는 고리였다.

칠더스 사모는 인물을 찍을 때 눈에 초점을 둔다. “눈은 영혼의 상태를 정직하게 말해요. 빈곤 가정의 아이들을 찍을 때 환경을 찍을 수도 있지만 눈이 제일 아이들의 고통을 알려줘요.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찍을 때 진정한 이해를 받는다고 생각해요. 아이의 눈을 맞출 때 교감이 이뤄지고, 자기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하죠.”

칠더스 사모가 제3세계를 다니며 찍은 아이들 모습이다. 맨 밑에 히잡을 쓴 소녀가 동아프리카 지부티에서 만난 ‘하바’이다. 칠더스 사모 제공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동아프리카 지부티에서 만난 소녀 ‘하바’였다. 소녀의 눈을 보면서 고통 속에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았다. 14세에 원치 않는 결혼을 했고 이듬해 이혼하면서 공동체와 완전히 단절됐다. 하바는 할례 문제로도 고통당했다. 칠더스 사모는 하바의 고통을 사진으로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2004년 ‘보이스 포 보이스리스 미니스트리(Voice for voiceless Ministry)’를 설립한 이유도 비슷한 배경에서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크리스천 콘퍼런스에서 학대받는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는 무슬림 여자아이들이 폭행당하고 성매매되는 장면이 나왔다. 칠더스 사모는 수천 명이 모인 데서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이건 옳지 않아요!”라고 소리 지르고 펑펑 울었다.

“콘퍼런스가 끝날 무렵 한 사람이 다가와 이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냐고 물었어요. ‘나 같은 작가가 무슨 일을 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목소리가 없는 사람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 널 축복해줄게’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미니스트리 사역은 이렇게 시작됐죠.”

칠더스 사모는 코나 열방대에서 ‘보이스 오브(Voice of)’라는 포토 스쿨을 열어 10년 이상 디렉터로 섬겨 왔다. 지금까지 이 학교를 거친 전 세계 학생들은 1000명이 넘는다. 학생들은 사진 기술을 배울 뿐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을 실질적으로 돕는 일까지 감당한다. 연약한 이들이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나와 자립하도록 지원하는 펀드도 만들고, 북나이지리아 소년병 1000여명에게 장학금을 줬다. 이들의 헌신으로 무슬림 지역에서 회심한 이들이 많다.

2007년 1월부터 남편과 함께 코나 열방대를 섬기고 있다. 처음엔 굉장히 부담되고 긴장됐지만 하나님이 시작하신 시즌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사역에 임하고 있다.

칠더스 사모는 다음 달 17일 예배사역연구소가 ‘다음세대 신앙전수’라는 제목으로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개최하는 예배포럼에 강사로 나선다. 사진전도 함께 연다. 복음화율이 미전도종족 수준인 한국의 다음세대를 만나 이들의 눈을 카메라에 담았다. 칠더스 사모는 이들의 영적 굶주림과 고통을 한국 사회, 교회와 나눌 예정이다.

“렌즈를 통해 스토리를 담아내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제 사진에 하나님의 마음을 부어달라고, 사람들 이야기에 희망을 보여달라고,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전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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