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딘 지 50년이 되는 해다. 1969년 7월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로 날아간 닐 암스트롱은 “인간에게는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사진은 이 사건을 다룬 영화 ‘퍼스트맨’의 한 장면. UPI코리아 제공

지난해 세상을 떠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유작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에서 인류를 향해 간곡하게 호소했다. 지구는 언젠가 결딴날 수밖에 없으니 “제2의 지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지구에 계속 머물러 있는 것은 무인도의 조난자들이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적었다. “앞으로 1000년 안에 필연적으로 지구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했고, “지구에 계속 머무른다면 우리는 소멸될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저 광막한 우주 공간에서 새 보금자리를 찾으라는 호킹의 당부는 허황된 이야기처럼 들리기 쉽다. 독자들 입장에선 지금 인류의 과학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해 있는지, 과학계가 내다보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달을 제외하면 우주 공간에서 인간이 발자국을 남긴 곳이 아직 한 곳도 없으니 호킹의 유언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는 언젠가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별을 개척할 수 있을까. 만약 이 별을 떠나지 못한다면 우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구는 언젠가 망한다


책을 펴낸 미치오 카쿠(72)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미국 뉴욕시립대 물리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미래학이나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꼽힌다. 과거 그가 내놓은 ‘평행우주’ ‘초공간’ 같은 작품은 독자들을 새로운 차원의 세계로 끌어들이며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신작 ‘인류의 미래’ 역시 마찬가지다. 장구한 우주의 역사를 살피면서 아득한 미래를 내다본 저자의 실력은, 요령부득처럼 여겨지던 과학 이론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 그의 필력을 통해 신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호킹이 그렇듯 그도 우주 탐험에 적극 나설 것을 독려하는데, 이유는 인류의 종말이 명약관화해서다. 지구의 역사가 이것을 방증한다. 과거와 같은 사이클이라면 10만년 이내에 지구엔 다시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다. 100만년 안에는 소행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6500만년 전 소행성 충돌로 당시 지구에서는 생명체의 90%가 멸종했다). 이 같은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해도 “피할 수 없는 결정타”는 남아 있으니 50억년이 지나면 태양이 죽음을 맞는다.

저자는 예정된 비극의 스토리를 개괄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은 ‘지구 벗어나기’→‘별을 향한 여행’→‘우주의 생명체’ 순으로 이어지는데, ‘지구 벗어나기’에서부터 인상적인 내용이 간단없이 등장한다. 어려운 내용이 없지 않지만 끝내주게 재밌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일단 지구를 벗어나는 첫 시험대는 아마도 ‘화성에 사람 보내기’일 것이다. 미국 중국 같은 강대국들이 잇달아 화성 탐사 계획을 밝힌 상태이며, 민간 기업 차원에서도 이 같은 프로젝트를 벌이는 곳이 많다. 테슬라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그는 “2024년 화성에 유인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대 중반에 사람을 화성에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유럽 중국 러시아도 저마다 2040~2060년 화성 유인 탐사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들 프로젝트 가운데 NASA가 내놓은 청사진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역사상 최초로 화성에 발자국을 남길 사람은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일 것이다. 10여년 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화성 탐사에 나서는 팀은 파일럿 공학자 과학자 의사로 구성될 듯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가진 뒤 좁은 우주선에 갇혀 기착지인 달로 향한다. 이곳에 있는 우주정거장에서 우주인들은 지우개가 달린 연필처럼 생긴 우주선으로 갈아탄다(지우개 부분이 우주인들이 탑승할 캡슐이고, 연필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엔 태양 전지판이 달려 있다).

기나긴 여행이 시작되는 건 이때부터다. 9개월간 우주선에서 게임을 하고 운동을 하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창밖엔 붉은 행성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화성에 도착한 우주인들은 물과 미생물 여부를 확인하고 땅에 구멍을 뚫어 지하 얼음층을 분석한다.

물론 “화성에 사람 보내기” 프로젝트의 성공이 화성 식민지 건설을 확정 짓는 건 아니다. 중력이 지구의 40%밖에 안 되고, 일몰 이후엔 기온이 영하 127도까지 내려가는 화성에 물과 산소가 확보된 안전한 기지를 구축하려면 2050년은 돼야 할 것이라는 게 저자의 예상이다.

인류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화성 탐사에 관한 이야기를 기다랗게 늘어놓았지만, 사실 이 부분은 독자의 관심을 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뿐이다. “제2의 지구”는 태양계 너머 어딘가에 있을 것이니 까마득한 거리를 날아가려면 성능 좋은 우주선을 개발하는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일단 우주선에서 수백 년을 버티려면 냉동인간처럼 가사상태에 빠지는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인간의 나약한 신체가 성간여행을 견딜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든다면 몸은 놔두고 의식만 저 멀리 새로운 별로 보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컴퓨터에 무언가를 저장하듯이 당신의 기억과 느낌을 저장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영혼 도서관”을 통해 인류는 “디지털 영생”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겠다. 이때가 되면 인간은 육체를 벗어나 디지털의 세계에 살면서 추억을 되새기고 자기복제 로봇을 통해 육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이런 식의 ‘영생’이 과연 진정한 영생이냐는 것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할 게 불문가지다.

책의 백미는 이렇듯 우주 탐사에 필요한 단편적인 기술들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로봇공학 생명공학의 미래상까지 속속들이 알려준다. ‘영생’ ‘육체’ ‘영혼’ 같은 개념이 각각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철학적으로 살핀 대목은 책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사방치기를 하듯 다양한 분야를 차례로 넘나드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는 트랜스 휴머니즘,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 레이저 항해술 같은 어려운 개념도 쉽게 설명해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책의 스케일이다.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여기가 끝이겠거니 생각할 때쯤 이야기는 새로운 차원으로 뻗어 나간다.

예컨대 우주가 지금껏 그랬듯 팽창을 거듭한다면, 훗날 우주는 꽁꽁 얼어붙거나(우주가 팽창하면 열이 넓게 퍼지면서 온도는 낮아지게 된다), 만물이 갈가리 찢어지게 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인류는 피할 도리 없는 마지막을 맞게 될까. 저자는 여기서도 색다른 전망을 내놓는다.

“(인간은) 우리 우주를 포함한 다중우주를 내려다보면서 새로운 거점으로 삼을 만한 우주를 고를 수 있다. …최후의 순간에 우주와 함께 죽지 않고, 다중우주에서 적절한 우주를 골라 거주지를 옮길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이야기는 우주가 죽어도 끝나지 않는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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