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의 골드링 센터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2019 남자 프로배구 트라이아웃 연습경기에서 스티븐 헌트가 스파이크를 날리자 마이클 산체스와 안드레스 빌레나(왼쪽부터)가 블로킹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트라이아웃 사전 선호도 1위인 산체스는 가빈 슈미트(2위)와 함께 각 팀 감독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KOVO 제공

“트라이아웃(공개 선발)은 신입사원 채용과 같아요. 면접도 보고 실기도 치르며 최대한 지원자를 파악하려고 하죠.”

서류 전형부터 실무 평가, 합숙, 면접, 메디컬 테스트까지. 프로배구 구단들의 외국인 선수 공개 채용 과정은 웬만한 대기업 공채에 버금갈 정도로 지난하다. 2019-20시즌 V리그에서 뛸 외인을 선발하는 남자부 트라이아웃이 지난 7일(현지시간)부터 2박 3일간 진행 중이다. 19명의 선수들은 지명을 받기 위해 코트 위에서 전력을 쏟아내고, 구단과 감독은 옥석을 가리고자 코트 바깥에서 장고를 거듭한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취업 준비생들

8일 토론토대학교 골드링 센터. 나이도 국적도 각양각색인 외국인 선수들이 배구 코트 위에서 우렁찬 기합을 쏟아냈다. 훈련이 진행된 네 시간 내내 경기장은 공을 뻥뻥 때려내는 소리로 울려 퍼졌다. 각기 다른 대륙과 도시에서 먼 길을 온 선수들은 노독을 잊은 듯 배구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실제 리그 경기를 방불케 하는 치열함이 트라이아웃에 있었다.

테스트를 위해 급조된 팀이라 호흡이 완벽하진 않지만 연습 경기는 곧잘 달아올랐다. 경력이나 신체 조건 등 제출된 프로필을 바탕으로 한 사전 선호도 조사에서 순위가 낮더라도 현장에서 눈에 띄면 지명을 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전 평가에서는 30명 중 29위로 분류됐지만 현장에서 돋보이며 OK저축은행에 입단한 요스바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도 일부 하위권 선수들은 “Mine!(내 공)”이라 외치며 세터에게 토스를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사전 평가에서 상위권이었던 선수가 훈련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 지명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한국배구연맹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감독·코칭스태프. KOVO 제공

전날 진행된 감독-선수 간담회에서는 지원자들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감독들은 “한국 배구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 “다른 문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라며 V리그에 대한 이해도를 중점적으로 체크했다. 사전 선호도 5순위 제이크 랭글로이스는 “10일 동안 5경기를 소화한 적 있을 정도로 체력이 좋다. 폴란드, 브라질 등 다양한 리그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한국 적응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거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마이클 산체스는 “한국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빡빡한 훈련 스케줄을 알고 있다”며 경력을 내세우기도 했다.

후보자들은 취업 준비생 같은 간절함과 열정을 드러냈다. 일부 선수들은 질문에 먼저 손을 들고 답하거나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2017 트라이아웃에서 OK저축은행에 1순위로 지명됐지만 시즌 도중 방출됐던 브람 반 덴 드라이스는 “한국에서 썩 잘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남았다. 트라이아웃에서 최선을 다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진심 어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때로 지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선수도 있다. 3년 전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한 선수는 프로필에 제출된 키를 실제에 비해 8㎝나 부풀려 적어냈다. 감독과 구단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검증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2019 남자 프로배구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외국인 선수들이 7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골드링 센터에서 가진 연습경기 후 한데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KOVO 제공

지명 앞둔 면접관들의 고뇌

과거 ‘몰빵 배구’라는 비판이 나왔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팀을 운영하는데 외국인 선수의 비중은 여전히 작지 않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득점 상위 6명은 모두 외국인 선수였다. 시즌 중반부터 국내 선수만으로 경기를 운영해온 한국전력을 제외한 전 구단의 주득점원이 외인이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외국인 선수의 활약도는 팀의 한 시즌 성과를 좌우한다. 구단들로서는 선발하기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감독부터 코치, 단장, 사무국장까지 한 팀에 5~7명씩 해외에서 열리는 트라이아웃을 참관하는 이유다.

각 팀은 현장에 오기 전부터 꼼꼼히 사전 조사를 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취합한 지원자들의 자료를 분석하고, 관심 있는 선수의 경우 유튜브 등을 통해 각종 경기 모습을 찾아본다. 해외 배구 관계자들을 통해 평판을 조회하기도 한다. 변우덕 우리카드 사무국장은 “우리카드는 외국인 코치 네맥 마틴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자들의 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혔다.

사전 조사를 마친 뒤에는 현장 검증 차례다. 감독과 코치들은 선수의 기량이 일시적 컨디션 문제인지 진짜 실력인지 가늠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관찰한다. 스피드건으로 서브 속도를 직접 재기도 한다. 훈련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도 회의는 계속된다. 구단 관계자는 “첫째 날과 둘째 날 평가가 뒤바뀌기도 하고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며 “최소 드래프트 직전까지는 몇 순위에 누구를 뽑을지 모두 정한다”고 설명했다.

트라이아웃을 둘러본 끝에 기존 외국인 선수를 다시 뽑는 구단도 나온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판단에서다. 우리카드는 드래프트 전날인 8일 아가메즈와 재계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아가메즈가 트라이아웃 참가자들보다 기량이 낫다”며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아가메즈는 “다른 팀에 지명되거나 아예 탈락할까봐 걱정했는데 재계약을 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토론토=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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