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캐피털에서 상용차 금융 영업을 맡고 있는 직원들은 최근 “자신이 대출한 건에 연체가 발생하면 채권추심 업무도 일부 담당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캐피털업계의 대출을 끼고 대형 화물트럭, 덤프트럭 등을 사들인 차주들이 돈을 갚지 못할 때 전화를 걸어 “연체가 되고 있다. 상환해야 한다”고 알리는 업무다. 채권추심 담당 직원이 따로 있기 때문에 영업 직원들은 의아해했다고 한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건설경기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입을 모은다. 9일 캐피털업계에 따르면 리스·할부금융 25개사의 평균 대손충당금(미회수 채권 가운데 회수 불능으로 추산되는 금액)은 2017년 767억원에서 지난해 979억원으로 뛰었다. 충당금을 강조하는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9 도입 영향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선제적으로 상용차 등의 리스크에 대응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대형사든 중소형사든 건설·제조업 경기 불황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의 여파를 심각하게 전망한다. 기존에 돈을 빌린 화물차주들은 일거리를 잃어 돈을 갚지 못하고, 경기가 나빠지니 돈을 빌려 상용차를 사려는 이도 없다. 상용차 관련 업계 1위인 현대커머셜은 대손충당금이 2017년 503억원에서 지난해 943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중소형사 중에는 상용차 할부금융 연체율이 10%를 웃도는 곳도 있다.

변화의 조짐은 중고 상용차 시장에서 먼저 나타났다. 대구·경북 지역의 대형 자동차상사 관계자는 “공매 사이트에만 들어가 봐도 지난해부터 덤프트럭 매물이 엄청나게 쏟아진다”고 전했다. 캐피털업계가 차주에게 근저당을 걸어 회수한 차량도 나온다. 트럭의 상태는 좋아도 살 사람은 좀체 나타나지 않는다. 이 관계자는 “신차로 팔린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트럭이더라도 감정가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대형 토목공사가 많고 건설경기가 좋을 때는 5000만원짜리 중고 덤프트럭이 다음 날 8000만원으로 몸값이 뛰기도 했다. 호남 지역 건설현장에 투입될 트럭을 영남 지역에서 찾기도 했다. 한 자동차상사 관계자는 “중고 상용차 가격이 떨어질 때 사서 1~2년을 세워뒀다가 건설경기가 풀리면 일정 부분의 마진을 보고 팔기도 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중고가가 떨어졌지만 앞이 내다보이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떨어진 건설 일감에서 비롯된 중고 상용차 거래 부진은 결국 캐피털업계의 대손상각으로 이어진다. 저신용 차주로 구성된 상용차와 중고차 영업에 힘쓰던 캐피털업계로서는 경기 둔화가 더욱 원망스러운 때다. 상용차를 취급하는 B캐피털 관계자는 “연체율이 뜨니(올라가니) 영업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7일부터 대부업 신용정보가 캐피털업계에도 확대 공유된다. 차주들의 대부업계 이용 여부, 대출 잔액 정보를 참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 당국은 단순히 대부업을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출을 거절하지 말라고 업계에 전했다. 하지만 캐피털업계의 리스크가 커진 만큼 취약차주들에 대한 사실상의 ‘정리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부업계 이용 금액이 많은 이들에 대해서는 위험 가중치를 더 둔다든지 하는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용차를 모는 이들의 회생 및 파산 신청이 더욱 늘어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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