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위 기적을… 하나님 손길 기대”

강원도 산불 한 달… 피해 교회·성도들 향한 온정은 계속

김기중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오른쪽 세 번째)이 9일 산불로 예배당이 전소된 강원도 고성군 임마누엘기도원을 방문해 지역 내 목회자와 성도의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 속초 강릉 지역에 산불이 덮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화마가 할퀴고 간 현장은 여전히 참혹했다. 9일 찾은 고성군 마을 곳곳엔 검게 그을린 벽돌이 널브러진 집터가 눈에 띄었다. 철골 구조로 건축된 건물들은 앙상한 뼈대를 드러냈다. 녹음이 우거져 있어야 할 5월의 산엔 새까맣게 탄 나무 기둥과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전소된 기도원 앞에서 만난 문종복(70·임마누엘기도원) 목사는 “복구는커녕 철거에도 손을 못 대고 있는 곳이 태반”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피해 복구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지만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이곳을 찾는 한국교회의 발걸음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농선회·회장 소구영 목사)는 이날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나섰다. 김기중(농선회 사무총장) 목사는 “지난달 4일 산불 소식을 접한 직후 세 차례 피해 지역을 방문해 목회 현장과 주민의 피해 현황을 파악해 왔다”며 “교회도 교회지만 성도들을 비롯해 피해 입은 주민을 돕는 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9일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임마누엘기도원 부지에 산불로 전소된 예배당의 철제 패널과 검게 그을린 철골 기둥이 쌓여 있다.

최애순(70·옥계장로교회)씨는 강릉 옥계면의 집이 전소돼 남편, 손자와 함께 임시 거주지에 살고 있었다. 최씨는 “농협에서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루 2만4000원씩 지원받지만 이마저도 곧 끊길 예정”이라며 “산불 이전의 일상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역 목회자들의 추천으로 교회를 찾은 주민들에겐 작은 봉투가 하나씩 쥐어졌다. 산불 직후 전국 농어촌교회가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모은 성금이다. 김 목사가 “잿더미 위에서 피어날 희망과 기적의 역사,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한다”고 기도하자 주민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감사를 표했다.

신삼용(64·옥계장로교회) 목사는 “이재민들이 원래의 생활 터전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한국교회의 사랑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문 목사는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하고 손잡아주는 것만으로도 복음과 온기가 전달된다”며 “교회가 하나로 뭉쳐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일엔 서울 오륜교회(김은호 목사) 방문단이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26일 원데이다니엘기도회에서 사랑의 헌금을 통해 모은 성금을 전하기 위해서다. 기도회 당일과 12일간의 온라인 및 ARS헌금으로 모인 금액은 1억2508만원. 지난해 원데이다니엘기도회 사랑의 헌금액(3800만원)의 3배가 넘었다. 기도회에 참여한 1만여 교회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았다.

다니엘기도회 운영위원장 김은호 목사는 “개교회주의가 지탄받는 시대에 기독교의 기본정신인 사랑을 실천하는 참된 교회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금은 산불로 교회와 사택, 교육관이 전소된 4개 교회(속초농아인교회 설악산교회 인흥침례교회 원암감리교회)와 옥계중앙교회 성도 두 가정에 전달됐다.

고성·속초=글·사진 최기영 기자 the71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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