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향에 이끌려 오렌지(정상 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한 입 베어물었더니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신 레몬(불량품)이더라.’

새로 산 차량, 전자 제품 등에 반복해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이나 환불 또는 보상을 하도록 하는 ‘레몬법’은 이같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975년에 제정된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으로 정식 명칭은 발의자인 상원 의원 워런 매그너슨과 하원 의원 존 모스의 이름을 딴 ‘매그너슨-모스 보증법’이다.

우리나라에도 올해부터 이같은 제도가 도입됐다. 미국의 레몬법을 본뜬 ‘한국형 레몬법’이다. 새 차를 구입했는데 계속해서 고장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가 교환 또는 환불받을 수 있는 제도다. 국토교통부가 ‘한국형 레몬법’을 포함한 자동차관리법 시행에 맞춰 지난해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제조사들이 기존에는 한국소비자원 규정에 따라 피해보상을 해왔지만 한국형 레몬법은 피해보상 규정을 좀 더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 2만 ㎞ 미만을 주행했을 때 같은 문제로 중대한 결함이 2회, 일반 결함이 3회 이상 발생하면 교환이나 환불받을 수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현대·기아자동차(제네시스),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와 메르세데스-벤츠, BMW(미니·롤스로이스), 볼보, 토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 포드(링컨), 아우디폭스바겐(벤틀리·람보르기니), 캐딜락, 재규어랜드로버, 혼다 등 국내외 총 15개사, 25개 브랜드가 한국형 레몬법에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비자의 권익 증대, 브랜드 이미지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서다. 한국형 레몬법을 도입한 브랜드는 지난해 기준으로 자동차 시장점유율의 98% 수준이다.

레몬법 적용을 받으려면 교환이나 환불 보장이 서면 계약에 포함돼야 한다. 이에 따라 많은 업체들이 서면 계약에 한국법 레몬법을 명시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한국형 레몬법 적용을 발표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롤스로이스 모터카는 “‘하자 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및 환불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된 서면 계약에 따라 신차 구입 후 레몬법 기준에 의거, 하자 발생 시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캐딜락코리아도 지난 2일 국토교통부에 한국형 레몬법 수용 서면동의서를 제출하면서 “국내에서 캐딜락이 판매하는 전 차종을 구입하는 고객은 한국형 레몬법이 반영된 계약서를 작성, 해당 조항에 의거해 하자 발생 시 전액 환불 또는 신차 교환 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업체들이 여전히 한국형 레몬법 적용에 나서지 않거나, 법을 적용할 방침을 밝혔으나 서면 계약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한국형 레몬법이 의무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문화하지 않으면 소비자로서는 새 제품에서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없어 ‘무용지물’이다.

최근 한국형 레몬법 도입 방침을 밝힌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를 서면 계약에 반영하는 등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한국형 레몬법이라는 강력한 제도가 도입된 건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늦어도 올 상반기 안으로는 현장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2일 “국내 시장에서 한국형 레몬법 적용은 자연스럽고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라면서 “다만 시행 초기인 만큼 미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업계와 정부가 실제 적용 여부를 확인하면서 보완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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