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프랑스 위베르 특공대에 구출된 프랑스인 남성(왼쪽)이 11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서 사과 메시지를 읽고 있다. 그는 구출 작전 중 사망한 특공대원 2명에게 애도를 표하고 위험지역으로 여행을 떠난 데 대해 사과했다. 함께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가운데)과 프랑스인 남성도 보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비행장에서 이들을 맞이했다. AP뉴시스

아프리카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프랑스 관광객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프랑스 국민들은 관광객들이 여행자제 권고를 무시하고 위험 지역을 방문해 납치된 탓에 구조작전에 참여한 특공대원들이 희생됐다며 분노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빌라쿠블레 비행장에서 프랑스 위베르 특공대에 구출된 프랑스인 남성 2명과 한국인 여성 1명을 맞이했다. 최종문 주프랑스 한국대사도 참석했다. 함께 구출된 미국인 여성은 파리로 향하지 않고 바로 미국 정부에 인계된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활주로에 나가 구출된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또 구출작전 중 사망한 특공대원들을 언급하며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두 군인의 희생 앞에서 감정과 엄숙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구출된 프랑스인들도 “아프리카의 복잡한 상황과 위험 지역을 피하라는 정부 조언을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관광객 2명은 지난 1일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와 베냉의 국경지대인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납치됐다. 테러집단이 활발하게 활동해 프랑스 정부가 여행자제 지역으로 설정한 곳이다. 서아프리카에선 2013년 프랑스 정부가 병력 4000여명을 보내 테러 격퇴전인 ‘바르칸 작전’을 실시한 이후 프랑스군 24명이 사망했다.

구출된 관광객들을 향한 프랑스 내 여론은 싸늘하다. 소셜미디어에는 구출된 프랑스인들을 향해 “무모한 관광객들 때문에 군인들이 희생됐다”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구출된 이들에게 벌금을 내게 하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두 군인이 숨졌고,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행사들도 외무부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AP뉴시스

게다가 사망한 프랑스 특공대원들은 인질을 보호하려다 무장조직원들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도 더 커졌다. 위베르 특공대 소속 알랭 베르통셀로(28·사진 오른쪽) 상사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33·왼쪽)는 9일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단체 카티바 마시나의 숙영지에 침투하려다 발각됐다. 인질로부터 불과 10여m 떨어져 있어 총을 쏘지 않고 무장조직원에게 달려들었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프랑스군은 이후 현장에 있던 카티바 마시나 조직원 4명을 사살하고 인질들을 모두 무사히 구출했다.

서아프리카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프랑스 위베르 특공대에 구출된 40대 한국인 여성(왼쪽)이 11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빌라쿠블레 군 비행장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걷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함께 구출된 자국민 2명을 맞이하기 위해 비행장을 찾았다. 이 여성은 부르키나파소에서 베냉으로 이동하다 납치됐으며, 28일 만에 풀려났다. 위베르 특공대는 무장단체를 급습해 관광객 4명을 구출했으나 이 과정에서 대원 2명이 사망했다. AP뉴시스

당시 함께 구출된 한국인 여성 A씨는 부르키나파소에서 동남쪽에 있는 베냉으로 넘어가던 중 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장기간 여행 중이었고 미국인 여성과 같은 날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부르키나파소 북부 4개 지역에 ‘철수권고’(적색경보)를, 나머지에는 ‘여행자제’(황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다만 베냉은 여행경보가 발령돼 있지 않다.

한국 외교부는 A씨의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실종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고, 납치세력도 접촉해오지 않아 피랍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12일 밝혔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프랑스 정부로부터 구출된 인질 중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1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세부 내용을 파악해 한국 국적의 40대 여성임을 확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프랑스군도 인질 구출작전 전개 시 자국 인질 외에 한국인과 미국인 인질이 있었던 사실을 몰랐다”며 “프랑스 당국은 인질 구출 즉시 한국과 미국에 동시에 통보해줬다”고 설명했다.

서아프리카 일대는 프랑스와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가 여행금지 혹은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하지만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존돼 있어 여전히 관광객들이 몰린다. 프랑스인들이 납치된 펜드자리 국립공원도 경관이 수려하고 사자 코끼리 등의 서식지가 잘 보존돼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도 등재됐다. 지난 1월에는 캐나다 남성이 이 지역에서 실종된 후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달 캐나다 여성과 이탈리아 남성도 이 지역에서 실종됐다.

이택현 권지혜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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