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드라마’(MBC)와 ‘10시 예능’(SBS)이라는 지상파의 파격적인 편성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달라진 시청 문화의 반영이란 명분과 비용 효율, 방송사 이미지 제고 등 실리를 함께 취하려는 전략이다.

평일 오후 10시는 수십년간 각 방송사의 드라마 기대작들이 맞붙어왔던 각축장이었다. MBC는 지난 7일 이례적으로 평일 미니시리즈 방영 시간을 기존보다 1시간 앞당긴 오후 9시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30여년 만의 대변화다. 오는 22일 전파를 타는 ‘봄밤’부터 적용된다.

SBS도 변화를 알렸다. 올여름 한시적으로 월화드라마 라인에 8주간 16회 분량의 예능을 내보낸다. 가을 시즌부터는 드라마를 재편성할 계획이다.

파격적 변화의 명목은 ‘시청자’에 뒀다. MBC는 “노동 시간 단축과 변화하는 시청자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전략”이라고 했다. 빨라진 퇴근 시간에 편성을 맞춰 시청자들의 작품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SBS도 “시청자의 미디어 소비 패턴을 반영하고, 다양한 시청권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명분 이면에는 수년간 지속됐던 지상파 드라마 침체라는 배경이 깔려있다. ‘SKY 캐슬’(JTBC)을 비롯해 ‘미스터 션샤인’, ‘나의 아저씨’(이상 tvN) 등 최근 화제작은 대부분 종편과 케이블에서 나왔다. 연간 100편이 훌쩍 넘는 드라마들이 쏟아지며 한층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지상파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뻔한 서사와 연출이 반복된 탓이 컸다.

낮은 시청률은 고스란히 적자로 이어졌다. MBC는 이번 편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변해가는 드라마 시장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며 “(동시간대) 한두 작품만 겨우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SBS도 드라마보다 적은 예산이 들어가면서 탄력적 운용이 가능한 예능으로 새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울며 겨자 먹기’식 혁신이라는 지적을 넘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하기 위해선 작품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트렌드 변화를 적극 수용하려는 노력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VOD 등으로 시간대의 중요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결국 시청자들과 공명할 수 있는 양질의 작품을 내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