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세기의 ‘기념비적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미·중 제11차 고위급 협상이 열렸다. 협상은 타결될 수 없는 조건 아래서 이루어졌다. 협상 직전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20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무역전쟁을 불사한다는 태도로 홍문연(鴻門宴)에 임석했다. 서로 협상은 하지만 타결하겠다는 의지는 없었다. 미국은 무역협정을 통해 중국 시장을 철저히 개방시키는 동시에 굴기도 차단하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미국 의도에 대해 중국은 국가주권 침해라고 비판하고, 어떠한 압박에도 절대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연히 협상은 불발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미·중은 지난해 12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관세전쟁의 확전 중지를 선언한 이후 7차례 협상을 통해 무역불균형,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비관세장벽, 농업, 서비스업, 환율 등 대부분 관심사에 대해 기본적 합의를 달성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합의사항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기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첨예하게 충돌했다. 협상 종료 이후 발표된 중국 인민일보 사설에서 세 가지의 의견불일치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설은 미국의 현재 양국이 부과하고 있는 추가관세의 유지 요구, 미국산 제품 구매 규모의 비현실성, 중국의 국가주권과 존엄을 훼손시킬 수 있는 합의 문건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중국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불평등 조항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국은 여전히 추가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협정이 주권 훼손 문안을 담고 있다는 중국의 판단으로 미뤄 차기 협상에서도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동안 미·중 협상은 미국 요구를 중국이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져 왔다. 따라서 중국이 일부 추가관세 유지를 인정하고, 미국도 중국의 주권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문안을 양보할 경우 타결할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러한 양보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차기 협상이 불발로 끝날 경우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보복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전면적인 관세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경우에도 ‘한편으로는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一邊打一邊談)’하는 과정은 지속될 것이다. 이 과정이 실패할 경우 관세전쟁을 넘어서 환율 문제를 포함한 전면적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무역협정이 타결된다 하더라도 양국 마찰이 단순한 무역전쟁이 아니라 패권전쟁이라는 점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중 마찰이 장기화하면서 과거에 우리가 경험했던 외환위기, 국제 금융위기보다도 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노력과 함께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면적인 관세전쟁 또는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40%에 육박하는 우리 수출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둔화에 따른 간접적 피해도 불가피하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에도 중국이 미국산 수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부 한국산 제품이 미국산으로 대체되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전기·전자의 경우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다. 미·중 마찰의 직접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신남방과 신북방 등 전략시장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다른 면에서 보면 미·중 무역협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시장은 보다 개방되고 투명성도 높아질 것이다. 중국의 시장개방은 관세인하, 서비스 및 금융시장 개방, 기술이전 요구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전방위로 이뤄질 것이다. 중국이 내수 소비 중심의 성장전략을 강화하면서 우리에게는 소비재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보다 개방적이고 국제화된 중국에 대한 ‘새로운 활용법’을 마련해야 할 때다. 특히 미·중 무역마찰이 글로벌 및 동아시아 지역의 밸류체인 변화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중국에 집중된 우리 기업의 동아시아 지역 내 생산 네트워크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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