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K팝 걸그룹 트와이스의 히트곡 ‘치어업’에서 ‘샤샤샤’라는 깜찍한 후렴구와 안무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일본인 멤버 사나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아 눈물을 흘린 사건이 얼마 전 화제가 됐다. 발단은 사나가 일본의 연호가 아키히토왕을 뜻하는 헤이세이로부터 나루히토왕의 레이와로 바뀐 데 대한 소회를 SNS에 올린 것이다. 그대로 옮기면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헤이세이가 끝나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헤이세이 수고하셨습니다”가 전부다. 이에 대해 일부 우리나라 네티즌이 일본의 연호와 천황제는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비난하면서 갈등이 확산됐다. 이는 현대 일본 사회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해프닝으로 일본인 대다수에게 연호란 단지 1980년대, 90년대와 같은 시대구분의 기준일 뿐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한 시대가 지나갔다는 뜻이며 군국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사나를 비롯한 모모와 미나 등 트와이스의 일본인 멤버들에게 새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트와이스는 한국 일본 대만 출신들로 구성된 다국적그룹이다 보니 이런 논란에 자주 휩싸인다. 몇 년 전 대만 출신 쯔위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의 출신국 국기를 소개하며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고 중국 팬들이 분노했을 때 우리 네티즌들은 악의 없는 어린 연예인의 행동을 트집 잡는 편협한 국수주의를 비난했다. 또 트와이스의 또 다른 히트곡 ‘티티’에서 ‘너무해’라는 후렴구와 안무로 팬들을 매혹시켰던 다현이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프로젝트의 티셔츠를 입었다고 일본 극우 정치인 일부가 반일행위로 비난했을 때 우리 팬들은 어이없어했다. 그런데 우리 네티즌 일부도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연예인들과 관련해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재외동포들이 차별을 받는다고 격분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외국인노동자들이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다.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함을 자랑하면서 우리보다 못한 듯이 보이는 제3세계 문화에 대해 비웃는 것 또한 흔히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자기 출신 지역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다른 지역 출신들에 대해서는 온갖 근거 없는 편견을 당연시한다. 계속 파고들어가 보면 우리는 직계가족을 제외한 대다수 타인들에게 진정으로 공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자기중심성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유전자를 보존하려는 진화의 자연스러운 산물이라고 생물학자들은 주장한다. 인류의 사회문화적 진보는 바로 이런 생물학적 자기중심성을 넘어서려는 노력과 투쟁의 과정이었다.

진정한 선진국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회가 아니라 자신과 혈연관계로 연결되지 않은 타인이나 다른 사회에 대해 편견 없는 공감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다른 문화나 사회에 대한 보편적 인류애에 기반한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이 바로 세계시민, 즉 ‘코스모폴리탄’이며 이런 사람들이 주축인 사회가 진정한 선진사회다. 세계시민의 반대말은 강대국의 경우 문화적 제국주의, 그리 강하지 않은 나라들은 배타주의나 국수주의쯤 될 것이다.

어느 사회나 편견에 사로잡힌 소수 집단은 존재한다. 일부 일탈적 행태로 그 문화나 사회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후진적인 자기중심성이다. 국가 간 갈등의 상당 부분은 소수 극우나 극좌 정치세력에 의해 조장된 것이다. 따라서 상대국의 정치세력과 국민을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부 극우 정치세력과 달리 대다수 일본 사람들은 남을 배려하며 세심하고 친절하며 정직하고 성실한 훌륭한 선진국민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과거에 비해 훨씬 다양한 문화에 노출돼 성장했으므로 세계시민의 자질이 모든 면에서 탁월한 인재들이다. 따라서 일본은 물론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과 보편적 인류애를 기반으로 당당하게 코스모폴리탄적으로 교류했으면 한다. 이런 면에서 트와이스와 같은 다국적 그룹은 문화 간 가교로서 소중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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