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들이 흥행을 위한 구원자로 식신(食神)을 모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방, 쿡방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예능들이 브라운관을 가득 메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음식 예능의 인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데에 견해를 같이하면서도, 평가는 저마다 달리했다.

전국 각지 명인들이 길러낸 최상급 식재료로 한끼를 차리는‘격조식당’(SBS).

SBS는 음식을 소재로 한 2부작짜리 파일럿(시범) 두 개를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격조식당’과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이하 미스터리 키친)이다. 10일, 12일 전파를 탄 격조식당은 ‘알 식(識)’과 ‘먹을 식(食)’이 결합한 이른바 ‘식방’을 모토로 고급 식재료에 초점을 맞췄다.

언뜻 음식을 두고 역사와 유래 등을 되짚어보는 ‘수요미식회’(tvN)를 떠올리게 한다. 식당 사장 신동엽과 게스트들은 맛난 음식을 음미하며 미식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스튜디오에서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게 조금 다른 점이었다.

셰프들의 요리 대결에 추리를 결합한 예능 ‘백종원의 미스터리 키친’(SBS).

미스터리 키친은 그간 SBS가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손잡고 히트시킨 ‘3대천왕’ ‘푸드트럭’ ‘골목식당’의 명맥을 잇는 4번째 프로그램이다. 18일과 25일 두 번에 걸쳐 방송된다. 먹방과 쿡방, 그리고 추리라는 이질적 장르를 합쳤다. 정체를 숨긴 셰프들이 오로지 음식 맛으로만 대결을 펼치고, 백종원과 김희철 등은 단서를 조합해 셰프들을 추측해나간다는 포맷이다.

1인 방송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진 먹방은 시청자의 식욕을 돋우며 단박에 핫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는 TV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가 됐고, 스타 셰프들의 발굴과 함께 쿡방 등으로 분화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들이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급식 대결을 펼치는 ‘고교급식왕’(tvN).

음식 예능이라면 ‘못해도 중간은 간다’는 불패 신화가 생긴 것도 그즈음이다. 이후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현재 방영 중인 것만 해도 ‘냉장고를 부탁해’(JTBC) ‘수미네 반찬’(tvN)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고등학생들이 백종원의 도움을 받아 급식 대결을 펼치는 ‘고교급식왕’이나 나영석 PD의 ‘강식당2’(이상 tvN)도 방송을 앞두고 있다.

여전히 성업 중이지만, 형식과 내용을 살짝 달리한 자기복제적 음식 예능에 식상함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원초적 부분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시선을 끄는 건 사실이지만, 시청자는 결국 새로움을 원한다. 따라서 차별점을 뒀다고 해도 큰 만족감을 주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출연자 중복도 기시감을 키우는 요소다. 백종원, 이연복 등 스타 몇몇 이외엔 새로운 인물 발굴이 더딘 상황이다. 김준현 유민상 등 먹는 것이라면 일가견 있는 일부 방송인들이 진행자 격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물론 음식 예능이 삶에 밀착하며 조금씩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교석 TV칼럼니스트는 “음식에 대한 관심과 관련 예능의 인기는 국내 문화 수준의 향상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과거엔 몇몇 셰프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골목에 있는 식당과 집밥 등 삶에 밀접한 부분들에 접근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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