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켐프 미 조지아주 주지사가 7일(현지시간) 심장 박동이 측정된 태아의 낙태를 금지하는 HB481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켐프 주지사는 "모든 조지아주 사람이 위대한 국가에서 살고, 성장하고, 배우고, 번영할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이 법안에 서명했다"라고 말했다.‘심장 박동 법안’(Heartbeat Bill)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별된 이후에는 낙태 시술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낙태 규제법으로 평가된다. AP뉴시스

미국에서 낙태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1973년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인정했지만 최근 공화당이 주도하는 20여개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조치가 통과되거나 논의되고 있다고 NBC방송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연방대법원이 보수 성향으로 바뀌자 아예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 연방대법원이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포함한 프라이버시는 헌법적 권리’라면서 임신 24주까지는 여성의 의지와 선택으로 낙태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 판결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주에서는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낙태를 금지시키지는 못해도 임신중절을 시행하는 병원에 지원금을 줄이거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제도) 자금을 임신중절 수술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낙태에 제한을 가했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들 주에서 임신중절 불법화의 바탕이 될 수 있는 주법 개정안을 잇따라 통과되고 있다. 올 들어 조지아·미시시피·오하이오·켄터키 주의회가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반대로 표결이 연기되긴 했지만 앨라배마주 개정법안에는 성폭행·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또는 산모의 생명을 위험하게 만드는 임신 상태에 대해 예외적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규정조차 명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낙태에 반대하는 기독교 우파인 닐 고서치와 브랫 캐버노를 대법관에 임명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NBC 등은 전했다.

다만 주연방법원이 이런 법안의 발효를 정지시키면서 실제로 발효된 법안은 없다. 하지만 이들 개정안 통과를 바라보는 미국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공화당과 낙태 반대 단체들이 사실상 낙태금지법을 만든 뒤 연방대법원에서 법의 효력을 따지는 과정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테리 콜린스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은 최근 AP통신 인터뷰에서 “연방대법원까지 가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엎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계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낙태 금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진보 성향의 민주당 역시 낙태금지법에 부정적이다. ‘미투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던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조지아주가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제정한 직후인 지난 10일 트위터에 낙태금지법에 항의하는 ‘성파업(sex strike)’에 모든 여성이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비영리기관 구트마허 연구소는 NBC에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주 입법부에서 낙태금지법이 제정된 적은 없었다. 최근 움직임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낙태 반대론자들이 낙태에 대한 제한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낙태 금지로 나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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