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의 위용. 9년 가까운 공사기간이 소요된 이 다리는 총길이가 7200m가 넘는, 국내에서 4번재로 긴 다리다. 천사대교를 보고 그 위를 달리기 위해, 그리고 다도해의 풍광과 이 다리로 연결된 4개 섬(자은·암태·팔금·안좌도)을 돌아보기 위해 하루 평균 2만명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신안군 제공

“섬에 다리 하나 놓았을 뿐인데… 관문(關門)이 됐다.”

‘천사(1004개)의 섬’ 전남 신안군에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4일 공식 개통한 천사대교를 보기 위해, 또 이 다리를 지나 다도해의 풍광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는 섬들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위해 긴 차량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개통 첫날부터 지난 12일까지 40여일 동안 이곳의 통행차량은 44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군은 집계했다. 일일 평균 1만2000여대가 천사대교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천사대교는 새로운 천년을 상징한다는 의미로 가칭 ‘새천년대교’라 명명했다가 ‘천사의 섬’ 신안군 다도해의 상징성을 부각시키자는 취지에서 2018년 12월 13일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천사대교’로 최종 의결됐다.

신안의 관문 ‘천사대교’

신안군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는 2010년 9월에 착공됐고 총사업비 5703억원이 투입돼 지난 4월 4일 공식 개통됐다. 공사 기간만 무려 9년 가까이 소요됐다.

총길이 7.22㎞, 왕복 2차로의 천사대교는 사장교와 현수교 형식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교량이다. 인천대교와 광안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네 번째로 긴 다리다. 대교의 암태도 측 사장교는 ‘천사의 섬’ 신안군을 상징해 1004m 길이로 가설했다. 주탑 높이는 195m에 달한다. 1750m 길이의 압해도 측 현수교는 해협을 횡단하는 주탑이 3개인 다경간 현수교다. 전 세계적으로 다리의 역사를 새로 쓴 기념비적인 교량으로 평가받는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신안 중부권의 주요 4개 섬(자은·암태·팔금·안좌도)이 육지와 연결됐다. 이곳 4개 섬 주민(4817가구 9181명)과 관광객들은 그동안 뱃길로 1시간 넘게 소요되던 거리를 차량 이용 시 10분 만에 오갈 수 있게 됐다.

신비를 품은 섬, 베일을 벗다

13일 차량을 이용해 천사대교의 위용을 확인하기 위해 송공항으로 차를 몰았다. 주말이면 천사대교를 보기 위해 하루 통행차량이 2만대 가까이 몰리면서 평소 10분이면 갈 거리가 2~3시간 걸린다는 방문객들의 귀띔에 일부러 평일을 택했다. 하지만 평일인데도 천사대교와 섬을 찾는 차량들은 꽤 많았다.

저녁노을미술관과 북카페, 분재기념관을 갖춘 압해도 송공산의 분재공원을 돌아본 뒤 천사대교에 다다르자 웅장한 주탑들 사이로 긴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를 가로질러 섬과 섬을 연결해 육지를 만든 모습은 바다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천사대교를 건너며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섬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자연스레 일상의 피로가 가시는 듯했다.

백길해수욕장 인근엔 휴가철이 아닌데도 주차장에 30여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가족과 연인들로 보이는 일행들이 해변을 거닐고 있었다. “천사대교 개통으로 매일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해변 앞에서 특산품을 판매하던 신안군 관계자가 전했다.

자은도 한 식당도 손님으로 북적였다. 식당 대표는 “주말에는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음식 재료가 떨어지기 일쑤”라며 “대교 개통 후 매출이 100~200% 증가해 좋기는 한데 조용한 삶의 터전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진 탓에 적응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은도를 빠져 나와 암태도에 있는 한 박물관을 찾았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이곳을 찾는 이들은 천사대교 개통 전만 해도 하루 200명 남짓이었다. 하지만 천사대교 개통 이후엔 하루 1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박물관 관계자가 전했다.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신안군

천사대교 개통 후 신안군은 퍽 바빠졌다. 지난해 이곳 4개 섬을 방문한 관광객은 25만여명이었지만 개통 후 지난 12일까지 40여일 동안에만 차량 44만대와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들이 찾아오면서 관광객을 수용할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천사대교 주변엔 60여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음식점이 10여곳 밖에 없고, 민박집을 포함해도 숙박시설의 수용인원은 1000명도 되지 않는다. 도로가 좁은데다 대형 공사차량들이 수시로 운행하고 있어 교통체증은 물론 사고의 위험성도 있다.

이때문에 천사대교를 넘어 섬 여행에 나선 많은 관광객들은 섬의 중심 내륙도로와 가까운 관광지만 둘러본 뒤 섬을 빠져나가 가까운 목포 북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교통체증을 피하고 부족한 음식점 등을 찾기 위해서다.

덕분에 목포 북항 주변은 주말마다 대형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대거 몰리면서 음식점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꽤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지만 수용능력을 넘어서면서 도로 곳곳이 주차장으로 바뀌곤 한다. 목포 북항이 천사대교의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신안군으로선 찾아온 관광객이 체류형 관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 박우량 신안군수
“40일 만에 관광객 100만명… 서남권 랜드마크 기대”


“천사대교는 신안군의 새 시대를 여는 관문입니다.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천사대교와 함께 ‘모든 군민이 행복하고 잘사는 신안’을 건설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박우량(사진) 전남 신안군수는 13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천사대교는 개통 전부터 단순히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아닌, 서남권의 랜드마크로 우뚝 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면서 “개통 40여일 만에 관광객 100만명을 돌파해 이 같은 기대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천사대교 개통 후 나타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놨다. 먼저 교통정체 해소 방안에 대해 그는 “교통정체가 심한 압해읍 소재지에서 천사대교까지 현재 실시설계 중인 월포(읍소재지)~송공(천사대교) 시설개량사업 5.41㎞ 중 3.9㎞를 가변 3차로로 개량하겠다”고 말했다. 또 교통체증 구간인 신장(압해대교)~복룡(김대중대교) 구간을 4차로로 변경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연말까지 사업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박 군수는 섬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먹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 체험거리를 제공하고 대형 숙박시설 등을 건립해 체류할 수 있는 신안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부족한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전남도의 관광기금을 신규 숙박시설 건립에 우선 배정하고 민박 개·보수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자은도 백길해수욕장에는 70면 규모의 캠핑장을, 안좌도에는 미술관과 화석 광물박물관을 건립하고 농촌테마공원도 조성해 관광객의 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또 천일염 주산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치유실과 체험실, 세미나실, 부대시설 등을 갖춘 ‘솔트&머드 웰니스 센터’를 2021년 완공한다는 복안이다.

지오그룹과의 투자협약을 통해 자은면 유각리 일원 27만1000㎡ 부지에 2022년까지 총 2200억원을 들여 복합리조트 600실, 호텔 150실, 펜션 150동, 계류 50척의 마리나 시설과 레저스포츠 시설, 국제예술뮤지엄, 공연장 등을 건설할 방침이다. 낙지를 주제로 한 ‘신안섬 뻘낙지 음식 특화거리’도 압해읍 송공항에 조성하기 위해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박 군수는 “한 번 왔던 관광객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고 친절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숙박시설과 도로 확충 등을 개선해 체류형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안=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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